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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

[80일][8월5일] 나와 내 안의 나 나와 내 안의 나 한 아이가 있다. 내가 누워있던 이불 속, 화장대 스킨병 뒤, 걸레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나타난다. 나랑 닮은 구석이 있다. 표정 없는 생김도, 말을 먼저 건네지 않는 소심함도. 걸레로 닦을까, 손으로 누를까, 수저로 치울까. 연필화로 유명한 정유미 작가의 내용이다. 5천여 장의 연필화를 연결해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후, 책으로 출판,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상’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감독 박찬욱도 극찬을 했다고. 등장인물은 둘이다. 나와 아이. 한 공간에 있지만 둘은 외롭다. 서로 무관심하다. 아이는 내게 씻어 내고 지워버리고 싶은 더러움이다. ‘나는 널 보고 싶지 않아.’ 아이와 쓰레기를 한데모아 구기고는 쓰레기통에 던진다. 또 다시 나타난 아.. 더보기
[79일][8월4일] <글쓰기의 최전선> 발췌 발췌 집안이나 조직에서 소통에 애를 먹었다. 가령, 내 말은 시어머니가 듣고 싶은 말로 접수되면서 의미가 변질되었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합리적 인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서’로 판단했다. (p.8)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이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임을. 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지, 덮어두거나 제거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p.9)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그런 기회는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글쓰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나를 세속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는 것들과 잠시나마 결별할 수 있으니, 관성적 생활 패턴에서 한 발 물러서는 기회만으로도 글 쓰는 시간을 소중하다. (p.10) “실패는 삶에서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거해주었습니다. 저는.. 더보기
[78일][8월3일] 게라심 셋 게라심 셋 '심심해', '일하기 싫다', '집에 가고 싶어' 우리의 대화창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이다. 대학교 친구 넷이 모인 이 대화창에는 일상의, 생각없이 떠드는 모든 말이 등장한다. 일명 쓰레기통. 회사에서 있었던 억울하고 속상한 일부터, 취업이나 이직, 결혼과 같은 삶의 대소사까지 모두 쏟아내는 곳이다. "오늘 모여!" 네 명 중 한명이 오늘 아침 대화창에서 외쳤다. 순식간에 약속이 잡혔다. 송도에서, 진천에서, 강남에서, 강북에서.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약속에 응했다. 저녁 8시 집결. 늦었다면 늦었고 이르다면 이른 그 시각 넷이 모였다. 학창시절부터 함께 추리닝 입고 밤새며 술이나 먹었지 퇴근 후 모인건 처음인듯 했다. 다들 이렇게 예쁘고 아름답다니! 직.. 더보기
[77일][8월2일] 쓰겠다는 마음이 결국 ‘글쓰기의 최전선’ 쓰겠다는 마음이 결국 ‘글쓰기의 최전선’ 글쓰기는 내게 ‘옛 남자친구’와 같다. 떼어낼 수 없다. 그를 부정하는 건 함께 했던 내 시간을 스스로 지우는 일이다. 그는 내게 아름답기도 혹은 추하기도 하다. 함께 만들었던 감정의 향연은 짜릿하지만 꺼내기 버겁고 가능하면 잊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글쓰기가 그렇다. 항상 글을 쓰고자 한다. 허나 쉽지 않다. 쓰다보면 의도하지 않은 글이 되는 게 다반사. 문장은 생각의 주변만 맴돈다. ‘쓰자’고 마음먹었지만 무엇 때문에, 왜, 쓰려고 했는지 기억하지 못해 초라할 때도 많다. 하여 가능하면 옛 남자를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나 글쓰기 좋아해요.’라는 말도 주저하게 된다. 하기는 해야겠는데 잘 할 수는 없는 일, 글쓰기. ‘왜 안 써질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더보기
[76일][8월1일] 소설 <이반일리치의 죽음> 발췌, 죽어가는 한 남자 이야기 소설 죽어가는 한 남자 이야기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으로 인해 발생할 자신과 동료들의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대한 것이었다. (p.8~9) 사망 소식을 듣고 이들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자리 이동과 보직 변경 등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사망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누구나 그러듯이 그들도 죽은 게 자신이 아니라 바로 그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p.10) →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지인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추후 어느 날, 나의 '부고'가 사람들에게 당도했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인생의 문제를 심각하지 않고 가볍고 적당하게 대하는 것으로써 이런 불유쾌한 상황.. 더보기
[75일][7월31일] 영화 <미션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리뷰 &#8211; 탐크루즈를 위한 액션 영화 영화 리뷰 – 탐크루즈를 위한 액션 영화 54살의 남자, 170cm의 크지 않은 키, 현재까지 그를 거쳐간 아내가 셋, 가십왕, 대표 사치남, 이혼할 때 내밀었다는 혼전계약서. 미국 대표배우 탐 크루즈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는 또 하나의 추문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여비서와 열애중이라는 것. 한 사람의 사생활은 차치하고, 그의 영화에만 집중해보자. 최근 방송들은 그가 비행기에 올라 타고 있는 모습을 내보냈다. “제가 직접 하겠다고 했지만 촬영 전 날에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긴장했습니다.”라는 그의 인터뷰도 함께 였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액션의 ‘도’를 넘어선 비행기 씬을 직접 했다. 칼바람과 비행기 모터가 만들어내는 강품에서 자신을 보호해주는 건 콘.. 더보기
[74일][7월30일] 퇴색된 책 나눔 퇴색된 책 나눔 드디어 를 구입했다. 소설을 마구 읽어대면서부터 살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다음 달 부터 시작하는 토지 읽기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민족대서사시와 우리나라 언어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된다. 토지 전권 세트가 도착 하자마자 책장을 정리했다. 이런 귀한 책을 바닥에 팽겨쳐 둘 수는 없는 법. 알짜배기 자리에 토지를 넣었다. 이는 자연스레 책장 정리로 이어졌다. 열두 번도 넘게 본 책, 한번 본 책, 읽다만 책, 읽지도 않은 책, 선물 받은 책, 여러 종류의 책들이 나란히 나란히 서 있었다. 이왕 정리하는 거 제대로 하자 싶어 평생 꽂혀있기만 할 것 같은 책들을 모았다. 지인들에게 ‘나눔’을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들이 학교 후배들이다. 우리 집에만 오면 이.. 더보기
[73일][7월29일] 직장생활의 기본 직장생활의 기본 여배우 전지현이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 기본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쭉 앞으로도 기본을 잘 하는.. 그런 배우로 남고 싶어요.” CF퀸이자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서 참 겸손하다 싶었다. 그리고 저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지금의 그 자리에 올랐구나 했다. 나도 전지현의 생각에 동의한다. 기본은 정말 중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이란 생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홀히 하기 마련이다. 직장생활에서는 인사와 행동 등이 있을 것이고 가정에서는 가족끼리의 대화 또는 식사 습관이 그런 '기본'에 속하는 것들이다. 어느 날부터 신입직원들 근태가 엉망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휴가 시즌인데다가 팀장님들이 휴가를 가시고 선배들이 출장을 가니, 뒤숭숭한 마음 억누를 길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더보기
[72일][7월28일] 앱의 발견 앱의 발견 회식을 하면서 새로 알게 된 앱이 있다. 유캠메이크업 이라고 하는데 눈 간격, 코, 입과 인중을 좌표로 인식해 얼굴을 자동으로 인지한다. 얼굴이 인식되면 기 밑으로 아이라인, 볼터치, 립칼라 등을 바꿔서 해볼 수 있다. 일명 메이크업 기능. 화장만 가능한 게 아니다. 성형도 가능하다. 코 높이기, 볼에 보톡스넣기, 이마부풀리기도 버튼 클릭 한 번이면 가능하다. 이것이 좋은 이유는 화장 색감 센스가 부족하거나, 성형을 하고 싶은 사람이 미리 자신의 '애프터'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모임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기술과 앱에 눈뜨게된다. 정말 문명의 이기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그 속도가 아찔할 정도다. 이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꾸준한 공부와 앎 뿐이.. 더보기
[71일][7월27일] 영화 <집으로 가는 길> 리뷰,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 국가 영화 리뷰,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 국가 영화 을 봤다. 악역은 둘이다. 범죄로 끌어들인 서문도와 주한대사관이다. 그 중 가장 악질은 주한대사관. 약자를 홀대하고 권력에 아첨하는,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세상, 대한민국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영화 은 한 주부가 마약을 운반하다 범죄자로 타국에서 겪는 고통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고난은 다름아닌 무지와 돈 때문이었다. 송정연(전도연)의 모습에서 나는 12년도의 나를 봤다. IT업계에 있으면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뉴스에서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보도되면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했다. 결국 보기좋게 당했다. 누구 말데로 '지 잘난 맛에 콧대높게 살다가 당한' 형국이었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여러 가지를 알았다. 사회를 모르는 '나'를 알았고, 피해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