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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

[91일][8월16일] 감정의 진위, 영화 <허(her)> 리뷰 감정의 진위 영화 리뷰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 테오도르가 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현재 아내와 별거중이다. 별것 없는 어느 날, 한 운영체제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사만다. 예민한 감각으로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그녀에게, 주인공은 점점 사랑에 빠진다. 가당키나 할까? 우리의 하루하루는 수많은 디지털 정보로 차있다. 매일 아침은 앱이 요약 정리해주는 뉴스로 시작 한다. 물 마실 시간, 화장실 갈 시간, 고객과의 미팅, 친구와의 약속, 주요 일정 등을 알려주는 건 핸드폰이다. 사물간의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내가 입력해 놓은 – 나도 기억 못하는 – 설정으로 핸드폰과 TV, 냉장고가 대화를 한다. 나는 그들이 전해주는 시그널에 반응하려 매일을 살아간다. 소프.. 더보기
[90일][8월15일]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1 '꾸준히 책을 읽자'는 마음에 서평이벤트에 참여했다. 책을 읽고 독후감에 가까운 리뷰를 썼다. 배송되어 오는 책이 많아질수록 서평을 잘 쓰고 싶었다. 어느 순간 나는 '글은 어떻게 써야하나요?'라는 제법 심오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서평이벤트에 참여한지 한 해 정도 지난 때였다. 악명 높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퇴근 시간 새벽 2시, 출근 시간 아침 6시.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보다 일하는 기계가 됐다는 좌절감이 컸다. 그 때 나를 지탱한 건 ‘글’이었다. 팀장님 욕을 적어놓은 쪽지부터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와 퉁퉁 부운 눈으로 블로그에 적어놓은 일기까지. 프로젝트를 끝내고 장렬히 전사해 병원에 있으면서 그간의 일기를 살펴봤다. 그 때 숨어있던 내 안의 욕구를 알아차렸다. '글을 .. 더보기
[89일][8월14일] 가족들과 소머리국밥 한 사발 가족들과 소머리국밥 한 사발 친정에 와있다. 오빠네와 우리를 부른다고 엄마는 또 아침부터 청소며 음식준비에 바쁘셨던 것 같다. 엄마의 정년퇴직 후 친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어떤 날은 가구 위치가 바뀌어 있고, 어떤 날은 못보던 가구가 들어와있기도 하다. 오늘은 새 김치냉장고가 하나 보인다. 자리가 모자라 하나 더 마련하셨다고. 오늘 저녁 메뉴는 소머리 국밥이다. '소머리'란 녀석을 내가 먹어봤던가? 소고기는 알겠는데 소머리는 낯설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모든 요리의 마스터 권한을 가진 엄마는 능수능란하게 소머리를 요리하셨다. 국밥이란 얘기에 빨갛고 얼큰한 국물을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하얀 곰국 같았다. 고기는 삭삭 썰어 양념에 찍어 먹었다. 모양은 흡사 순대 모듬같았다. 콜라겐이 많은 부위는 쫄깃.. 더보기
[88일][8월13일] 글, 이제 쓰면 될 것 같다. 글, 이제 쓰면 될 것 같다. 다섯 달 만이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엇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쉬이 하지 못했다. 나는 약간 기가 꺾여있었다. 여러 학습모임을 거치면서 생각이 깊지 못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당연히 글도 수박겉핥기식에 그쳤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을 읽었다. 출장을 핑계대고 찾은 도서관, 그 많은 책 사이에서 빨간색 글쓰기 책을 손에 들다니. 어색하고 웃겼다. ‘글쓰기를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이 사람 정말 대단하다’ 감탄했다.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은유라는 작가... 원래 일반 직장인이었단다. 꿈틀꿈틀... 없어졌다 싶었던 무언가가 움직였다. 내가 꿈꾸는 지점을,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밟아나간 분을 만난 것 같았다. 흥분됐다. 알겠더라.. 더보기
[87일][8월12일] 도스토옙스끼, 인간의 본질을 논하다. 도스토옙스끼, 인간의 본질을 논하다. 소설 한 남자가 있다. 곤조, 아집으로 똘똘 뭉친 그는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떠벌린다. ‘나는 이들 상류사회의 무리 앞에선 한낱 파리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이 파리는 누구보다 총명하고 누구보다 교양 있고 누구보다 고상하다. (p.88~89)’라고 말하기에 이른다. 이 남자는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또옙스끼다. 몰락해가는 중산층 가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공병사관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에만 집중, 사회주의 운동과 관련 사형선고를 받고 10여년간 감옥 생활을 하는데 이 시기를 통해 러시아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는 그가 맞닥뜨린 인간의 본질을 논한다. 1부 에는 글을 쓰고 있는 40대 잉여인간이 등장해 2X2=5라는 자.. 더보기
[86일][8월11일] 유리멘탈 인간의 고백 유리멘탈 인간의 고백 리뷰 팀장이 있다. 어떤 한 사물에 대한 역사, 쓰임, 관련 정보를 쉼없이 뽑아내는 인간 백과사전이다. 정보통신관련 법전문가이기도 하다. 반면, 팀원들에게는 ‘알아서 하세요.’라는 방임의 태도를 취한다. 윗사람들에게는 ‘네, 그렇게 하시죠.’라는 무조건적 복종을 일삼는다. 서로 편하자는 게 그의 이유다. 그런 그를 두고 우리는 ‘유리멘탈’이라 부른다. 여기 또 한명의 유리멘탈이 있다. 의 주인공, 19세기 러시아 문호이자 사상가로 유명한 도스토옙스키다. 모스크바 빈민병원의 군의관 둘째 아들로 태어나 공병사관학교를 다니기도 하지만 후에는 문학에 집중한다. 이후 사회주의 운동과 관련된 모임에 출입하면서 사형선고를 받고 10여년 간 감옥 생활을 한다. 제목의 ‘지하’는 그의 감옥 생활을 .. 더보기
[85일][8월10일] 이해할 수 없는 도스또옙스끼 그리고 <지하에서 쓴 수기> 이해할 수 없는 도스또옙스끼 그리고 도스또옙스끼의 를 읽고 있다. 얄팍한 두께를 보고 금방 읽겠다 싶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 한 장, 아니 한 줄을 읽고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는 도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쓴 걸까? 50페이지 정도 읽었다. 읽다가 앞으로 다시 가고, 또 다시 가기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성정 – 이라고 파악되는 –을 설명하기 위해 생쥐인간과 정상인간을 대조한 부분에서는 내가 지금 생물학 실험 책을 읽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비열한 인간이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오히려 기쁘다며 악마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의 문학성은 어느 정도인걸까? 문학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걸까? 도스또옙스끼는 1821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60년의 짧은 생애.. 더보기
[83일][8월8일]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나를 돌아보며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고 분석하던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좀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더 큰 어른이 되어도, 그 때에도, 후회되는 것들이 있다는 말인가?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사람이란 언제, 어디서나 '고민'이란 것을 한다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사실을 끄집어 낸 책 제목이, 조금 슬펐다. 저자는 책과 관계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출판계에 입문했다. 그러다 문득 '나를 위한 좋은 생각'을 해보자는 마음에 오랜 시간 몸 담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를 연다. 결과적으로 지금,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은 마이너스 통장과 잡지 25권 뿐 이다. 하지만 책 속 그녀는 참 당당하다. 아마 그 십여 년의 시.. 더보기
[82일][8월7일] 스타벅스의 한 남자 스타벅스의 한 남자 자고 있다. 얼굴의 모자로 가리고, 머리에는 헤드폰을 쓰고 있다. 가장 명당 자리였다. 옆 자리에 앉은 여성이 신나게 수다를 떤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있데 남자가 고개를 틀더니 소리를 지른다. 조용히 해! 여성들이 질겁을 하곤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한 커플이 그 옆에 앉는다. 조곤조곤 하트뿅뿅 눈빛을 발사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 남자가 몸을 커플쪽으로 돌리더니 바지에 손을 넣고 북북 긁어댄다. 남자친구가 얼빠진듯, 화가난듯 그를 쳐다보다가 여자친구를 잡아 끌고 가게를 나가버린다. 더위를 피해 간 스타벅스에서 희한한 남자를 봤다.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나 싶을 정도로 기이했다. 손님들이 트레이에 놓고 간 빵조각을 주워먹고, 소파에서 잠을 자고, 차를 마시다 잠을자고 책을.. 더보기
[81일차][8월6일] 지금은 집들이 중 지금은 집들이 중 집들이 중이다. 오빠 자취방, 남자친구 집 외 남자사람 자취방에 온 건 처음이다. '내 생애 첫 전세'라며 준비한 첫번째 방이란다. 팀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다. 7평 짜리 원룸에 일곱 명의 사람이 둘러 앉았다. 베이컨버섯볶음, 연어말이, 만두 그리고 장어!!! 혼자 사는 남자가 준비한 집들이 상이다. 서울에서 집 구하기, 마음에 안드는 상사 욕하기, 집들이 음식평가하기 등 화제도 다채롭다. 방 한켠에 쌓여있는 술병이 15병이다. 추가 안주를 사러 두번이나 나갔다왔다. 여직원들은 커피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여하튼 미혼 남성이 준비한 집들이치고 너무 상차림이 괜찮다. 내일은 즐거운 금요일이다. 하루가 지나면 주말이 다. 토지읽기가 있고 공부할 과목이 둘이다. 푸짐한 상차림이 있는 집들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