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80일][8월5일] 나와 내 안의 나


나와 내 안의 나


 

 

한 아이가 있다. 내가 누워있던 이불 속, 화장대 스킨병 뒤, 걸레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나타난다. 나랑 닮은 구석이 있다. 표정 없는 생김도, 말을 먼저 건네지 않는 소심함도. 걸레로 닦을까, 손으로 누를까, 수저로 치울까.

 

연필화로 유명한 정유미 작가의 <먼지아이> 내용이다. 5천여 장의 연필화를 연결해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후, 책으로 출판,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상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감독 박찬욱도 극찬을 했다고.

 

등장인물은 둘이다. 나와 아이. 한 공간에 있지만 둘은 외롭다. 서로 무관심하다. 아이는 내게 씻어 내고 지워버리고 싶은 더러움이다. ‘나는 널 보고 싶지 않아.’ 아이와 쓰레기를 한데모아 구기고는 쓰레기통에 던진다. 또 다시 나타난 아이. 멍한 눈빛으로 묻는 듯하다. ‘너는 누구야?’ 더러움에 짜증이 난다. 하수구 먼지들과 한데 모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버린다. 더 이상 볼 수 없겠구나 싶을 때, 아이는 또 나타난다. 이번에는 내가 차려놓은 밥 위에 앉아있다. 수저로 떠서 버릴까? 헐벗은 몸으로 쩝쩝쩝 밥을 먹고 있는 아이가 측은하다. 처음으로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본다. ‘너도 배가 고팠구나.’ 아이의 밥 옆에 내 밥그릇을 새로 놓는다.

 

나와 내 안의 나. 닮았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 서로 모르는 존재다. 나와 먼지아이가 그렇다. ‘나와 같겠지.’ 확인할 수 없는 확신으로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는다. 내가 더러움으로 무언가를 씻어내려 할 때 또 다른 나는 그 안에 안주하고 싶어 한다. 더럽지만 익숙하고 그래서 편안한데 나는 그걸 모른다. 쫓고 쫓기듯 지워내고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나와 내 안의 를 분리할 수는 없는 일. 결국 내 안의 나에게 밥을 내어준다. 마음을 열고 내 안의 나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둘은 이제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됐다.

 

연필의 곡선과 직선이 절묘하게 놓여있다. 그 안에서 내가 가진 마음 속 방의 여러 모습을 느낀다. 화려하지 않은 피아노 선율은 연필이 수놓은 그림들에 몰입하게 만든다. 십여분 정도 되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나는 내 안의 나와 잘 소통하고 있을까?’


 

(원고지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