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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77일][8월2일] 쓰겠다는 마음이 결국 ‘글쓰기의 최전선’


쓰겠다는 마음이 결국 글쓰기의 최전선


 

글쓰기는 내게 옛 남자친구와 같다. 떼어낼 수 없다. 그를 부정하는 건 함께 했던 내 시간을 스스로 지우는 일이다. 그는 내게 아름답기도 혹은 추하기도 하다. 함께 만들었던 감정의 향연은 짜릿하지만 꺼내기 버겁고 가능하면 잊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글쓰기가 그렇다. 항상 글을 쓰고자 한다. 허나 쉽지 않다. 쓰다보면 의도하지 않은 글이 되는 게 다반사. 문장은 생각의 주변만 맴돈다. ‘쓰자고 마음먹었지만 무엇 때문에, , 쓰려고 했는지 기억하지 못해 초라할 때도 많다. 하여 가능하면 옛 남자를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나 글쓰기 좋아해요.’라는 말도 주저하게 된다.

 

하기는 해야겠는데 잘 할 수는 없는 일, 글쓰기. ‘왜 안 써질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그래서 고른 책이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이다. 이런 저런 소개 글에서 유독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다. ‘글 쓰는 사람

 

보통의 글쓰기 책은 어떻게를 말한다. 이 책은 글을 써야하는지, 글쓰기란 무엇인지, 또 글쓰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담고 있다. 글쓰기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책이라고 할까.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는 부제가 참 잘 어울린다.

 

왜 글을 써야 할까? 나는 경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써, 재현하고자 했다. ‘에 대한 교과서를 만들고 싶었다. 실시간으로 복잡다단한 일이 발생한다. 그보다 더 난해한 감정들에 휘둘린다. 이런 를 글로 적어 묵혀, 나를 마주하고 싶었다. 그러면 좋은 사람이 되는 버, 잘 사는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작가는 글쓰기의 시작을 나와 삶의 한계를 흔드는 일(p.53)’이라고 말한다. 는 육체와 정신 그리고 관계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나 아닌것들로 구성되는데, 이는 곧 물성이 가진 모든 것에서부터 타인, 타인과 나의 시간이 남긴 의미까지 포함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자기감정에 집중하라만약 누군가 자기 과거를 부끄럽게 여긴다면, 유사한 삶의 경험치를 가진 타인을 동정과 수치로 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을 극복하는 과정은 자기의 편견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하다.(p.62)”고 말한다. 문제와 갈등의 원인을 으로 외부에서 찾지만 결국은 자신’에 의한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모든 갈등의 해결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시작은 자신을 내밀하게 보는 일이다.

 

어떻게 써야 할까? 엉덩이에 땀띠 나게 쓴 글은 모두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변화에 있다. 카프카는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고 했다. 비공개로 쓰는 일기가 아닌 이상 내가 쓴 글은 누군가에게 읽는 이 된다. 글은 그 읽는 사람의 얼어 있는 바다를 깰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바다가 깨지는 지점은 얼마만큼 생각이 변화했는지에 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고통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의 사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의 미세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읽는 자는 그 글을 읽기 전의 모습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고, 글로써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 그 욕망의 근원을 이 책을 통해 마주했다면 과장일까. 글이란 결국 . 나를 검열하고 사유해야 나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작가는 마지막에 글쓰기를 한다는 일은 마음껏 슬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p.269)’고 말한다. 세상이 등지려고 하는 세월호에 대해 학인들과 가감없이 말하고 슬퍼한 일을 들어 하는 말이다.

 

세월호 1주기 때 한겨레 칼럼을 보며 울분을 토했던 일이 기억난다. 언론과 정부가 숨기고 있는 일을 낱낱이 성토하며 분노했고 움직이자 했다. 그때 나는 힘이 없는우리가 이를 알리는 길은 글쓰기 아니냐 했다. 쓰자고 했다. 써서 알리자 했다. 그러고 보면 글쓰기는 목소리를 내는 일인 가도 싶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은 나와 세상을 자꾸 채찍질한다. ‘쓰겠다는 생각이 결국 글쓰기의 최전선인 모양이다.



 

(원고지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