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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깃꽁깃 생각

Real me 사랑해 마지않던 프로그램 가 막을 내렸다. 힙합, 랩, 언더 문화 등에 대해 알게 됐고 더 나아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자들의 마음가짐 등을 배우게 됐다. 악마의 편집이었다고 하지만 각 랩퍼들은 자신만의 특성을 랩으로 잘 보여줬다. 헤이즈, 키디비, 유빈, 수아, 효린, 트루디, 예지, 그 중에서 잔상이 제일 오래 남는 사람은 효린이다. 사실 나는 효린을 좋아하지 않았다. 선정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게 여성에 대한 지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느낌을 갖게 했고, 털털함이라는 장막을 입은 무던함은 감정의 세밀함을 음악적으로 풀어야 하는 가수와 어울리지 않는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프로에서 노력했다. 첫 회에서 낙오자가 됐지만 파이널 무대에 오르는 승자이기도 했다... 더보기
충만함 오늘은 서울 출장이다. 진천살이 일주일 만에 출장이라. 꽤 괜찮아 보이는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다. 신선하고 구미가 당겨 온전히 그 책에 내 시간을 내어주고 싶다. 요즘의 매일이 이런 기분. 그저께는 전화를 돌리고 어제는 결재를 맡았다. 매번 하던 것들도 새로운 곳에서 하면 처음하는 것과 매한가지.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회의실에는 나 뿐이다. 내 세상인 것 같은 충만함의 정체는 도대체 무언가. 이런 순간들오 채울 수 있는 것도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리라. 더보기
끝자락 올곳이 집에 있었던 일요일이다. 2분여 남은, 보내버리기 아까운 주말 끝자락. 이번 주말에는 많은 '할 일'들을 처리했다. 집을 찾아봤고 어렵사리 계약을 했다. 비싸게 내놓으려는 임대인과 싸게 얻으려는 임차인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며 2주전 임대인이었던 난 임차인으로 임했다. 부모님 집에 살줄만 알았지 집을 어떻게 알아보는지도 몰랐던 내가 집 주인과 협상도 하다니 참 많이 컸다(?) 싶다. 내일이면 새로운 팀에서의 두번째 주가 시작한다. 무슨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까. 기대가 된다. 더보기
나는 살아있다. 진천살이 중이다. 서울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한지 30여년, 아버지 고향 경상도, 신랑 고향 경상도만 알았지 충청도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리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진천행. 그래도 다른 이들의 생각만큼 참담(?)한건 아니다. 아직 아이가 없고 신랑과 같은 회사를 다닌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맞벌이로 지방에 산다면 저축도 많이할 수 있을 테니까. 일장일단. 몇개의 장점과 단점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는 아침마다 진천행 버스에 몸을 싣고 있다. 신랑과 눈맞춤할 시간이 줄어 아쉽지만 생각했던것 보다 고단치 않다. 고민거리는 다른 데 있다. 첫째는 외국어, 둘째는 독서와 글쓰기, 마지막은 집이다. 해외업무를 맡게 됐다. 외국으로 기업을 진출시키는 일을 하게 되면서 영어를 비롯한 각종.. 더보기
그와 나 딸깍. 테이블에 혼자 앉아 꼬칼콘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신랑이 보인다. 왜소한 몸이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온다. 활처럼 구부정하게 앉은 남편. 오늘 하루도 고단했구나. 매일 아침 눈 뜨고 침대에 머리를 대기까지 우리는 온종일 붙어 있었다. 한 차로 출근해 한 공간에서 눈을 마주치며 일하고 같이 간식을 챙겨먹고 또 같이 퇴근해 곧장 집으로, 혹은 같이 외식을 했다. 나의 진턴행으로 우리의 생활패턴이 바뀌었다. 내가 5시에 알람 소리에 반자동으로 몸을 일으켜세우고 그는 8시경 침대에서 기어나온다. 그리고 난 진천으로, 그는 서울에 남는다. 그 후 우리가 만나기까지는 열두시간 넘는 간극이 발생한다. 더보기
어제는 이랬다. 어제 하루는 진부하지만, 쏜살같이 지나갔다. 새로운 팀에서의 첫인사는 외국어로 시작했고 드센 여자들이 바글바글했지..만! 난 여성동지들과의 교류에 강하므로 정신은 붙들어메자 싶다. 글쓰기와 책읽기에 손대지 못한 지 어느 덧 이주 가까이 되간다. 말랑말랑한 두뇌와 영민한 판단력을 유머러스한 태도로 보여주자 싶지만.. 말이 쉽고ㅋㅋ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더보기
수련원 아침풍경 # 아주머니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갱년기 영기 해소에 생칡즙이 좋다는 것,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는 것, 안경을 써야 글씨를 쓸 수 있다는 것 등 생활 속 철학이라면 이런 것들일까. 더보기
회비 4만원의 하루 한 온라인 카페 정기모임에 왔다. 엄마의 소개로 참여했는데 이곳에서는 모임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지역 특산물을 가져와 직거래로 거래할 수 있다. 마트, 온라인 쇼핑몰, 전통시장 그 어떤 곳보다 품질 좋은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 우선 내가 구입한 것은 신랑에게 줄 칡즙, 고추부각, 감식초, 양배추가루, 오디와인, 밤칼 그리고 라면용 자기 그릇.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도자기 그릇이다. 결혼과 동시에 생긴 그릇 욕심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고품질의 저려미 그릇이다. 특히 수저통은 인사동에서 7~10만원 하는 걸 2만원에 샀다. 오예- 그 다음 마음에 드는 건 칡즙. 신랑에게 줄 무언가를 사고 싶었다. (나만 흑염소즙 먹는다고 질투하던 그 아닌가) 몸이 차고 쉽게 지치는 그에게 딱 .. 더보기
해단식 그리고 이별 11시 도착. 12시 점심. 3시 크루즈. 5시 저녁. 그 이후부터 술술술. 그 사이에 족구를 했고 단잠도 잤고 소리도 많이 질렀다. 이래도되나 싶은 정도의 마지막 우리 단 워크샵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 풀리지 않는 것들의 이것저것들로부터 함께 버텨온 일년이다. 이제 이 혼란과 애끓음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다. 각각 다른 곳에 가겠지만 서로 만나면 가족처럼 반가울 터. 잠시 쉬며 몇 글자를 끄적이는 이 순간에도 이 밤이 흐르는 게 안타까운 몇몇의 '위하여~'와 괴성(ㅋㅋ)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헤어짐도 꽤 괜찮은 것 같다. 더보기
취한 주말 진천에 집을 알아보러 다녀왔다. 말도 안되는 전세, 월세, 매매 가격에 혀를 내둘렀다. 문제적 문제인 대한민국의 주택시장과 담합을 한, 순진의 탈을 쓴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에게 화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높은 가격들 안에서 내 자본금을 어떻게 맞출까 고민에 고민을, 신랑과 이야기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거친 고속도로를 거쳐 꽤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해,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우리는 여러 고민에 몸을 맏기고 있다. 다음주면 나는 진천에서 삶을 시작한다. 얄궂게 그 일주일 안에 월요일, 수요일 회식과 화요일 수업과 목,금 회사 워크샵과 토요일은 이천행이 예정되어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숨이 막힌다고 할까. 혼자 남을 신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주말에 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