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꽁깃꽁깃 생각

집을 내놓다. 집을 내놓았다. 내 집을 가진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다. 회사 지방 이전에 맞춰 우리도 지방 이주 계획을 잡고 있다. 아마 올해 연말이면 모든 게 정리될 터. 집을 가진 기쁨이 얼마나 컸던가. 입주 후 근 육개월을 집 정리에 힘을 쏟았다. 직접 페인트 칠을 했고, 실리콘을 쏴 주방 마감처리를 하고, 침대와 냉장고만 있던 집에 어울리는 가구며 집기들을 사들였다. 결혼 준비의 연장선 상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말이면 쓸고 닦는 데 여념이 없었다. 둘이 사는 집에 뭐가 그리 지저분해서 주말마다 청소냐고 친정 엄마한테 잔소리 듣기가 일쑤였는데.. 그랬던 집을 내놓아야 한다니, 아끼던 일부를 잃는 듯한 상실감마저 든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우리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전세 물량이 워낙 없어서 그.. 더보기
서평보다 '읽는 책' 책을 읽으면 으레 서평을 쓰려 했다. 그게 독서의 종착지인양. 를 읽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리뷰나 서평 메뉴가 아닌 '읽은(읽고 있는) 책' 메뉴를 만들어야 겠다 싶다. 서평을 쓰기엔 - 객관적 시각에서 평론의 경지에 이르기엔 - 내 깜냥이 부족하다 절감한다. 특히, 파뇽의 사상을 언급하며 그가 상담했던 "직장을 잃지 않으면서 죄책감 없이 고문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알제리 독립군을 고문하는 프랑스 경찰 이야기가 그렇다. 작가가 지적하는 인간상이 혹은 프랑스 경찰이 바로 내 모습 아닐까? 저자의 문장 하나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기분. 그래서 서평을 쓰기보다는 품고 느끼련다. 더보기
생선 전쟁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생이 전쟁이라던데, 그간 내가 안일하게 살았는지 갑작스럽게 모든 게 파닥거리는 생선처럼 낯설다. 하루의 8시간. 내 시간을 온전히 쏟아내는 회사에서는 누가 어떤 팀을 원하고,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자리로 어떻게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한다. 파닥거리는 생선이 물기없는 육지에서 살고자 버둥거리는 것처럼. 이게 살아있다는 증거일까. 다행이라면 다행, 나는 꽤 물가 근처에 놓여있는 듯 하다. 좋은 사람들의 측면 지원으로 물 가까이로 다가가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그게 물일지, 뭍일지 모른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리라 마음 먹는다. 명백한 것은 근 몇 주 후에 나는 주말부부를 하게 될 것이고,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그.. 더보기
일상과 여행 중간 어딘가 ​ 하와이행 비행기 탑승 두 시간 전이다. 가이드용 저렴이 티켓을 겟하는 바람에 웹체크인 불가로 탑승을 8시간 남겨둔 1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항공 체크인을 하고 환전수령 후 로밍을 하고 밥도 먹고 면세점 쇼핑까지 했는데, 심지어 하와이 여행 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공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 불경기라는 뉴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많은 인파들. 줄서서 들어가는 명품매장들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더없이 호황인 듯 하다. ​아시아인 유럽인 미주인 여러나라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고 선글라스를 걸치고 쇼핑을 하며 여행 기준을 내고 있다. 나는 짧은 감상을 적고 그는 통유리릉 통해 에어버스를 구경한다. 치즈팩토리가 유명하데 거기가자! 응 그래~ 와이키키 해변에서 누워 책보자! 응.. 더보기
이상하다 # 국정감사 너나 잘해라 싶다. 그대들이 무엇이관대 국정감사라는 철갑옷을 입고 지적질을 하는가.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세금 용처에는 관심도 없다가, 자료 긁어모으기로 이슈를 만드는 것이 그대들의 명분인가. 국민연금은 적자라면서, 수백 수천만 국민들이 노후에 먹고 살 돈은 부족하다면서, 하루만 일해도 받는 어마어마한 그대들의 연금에는 왜 지적질을 하지 못하는가. 부정한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받아적고 변명할 자료를 작성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이를 또 정상이라 인지하는 다수의 동료들도 아이러니하다. # 글쓰기 수업 마음을 두고 있는 수업이 있다. 그간 들었던 수업과 형태는 다르지만, 깊이가 있고, 날것의 감정들이 튀어다녀, 당황스럽지만, 많이 배우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 수업 때 판.. 더보기
이터널 선샤인 사랑의 기억이 사라진다면, 아플까. 괴로울까. 허전할까. 무감각..할까. 사랑하는 이가 나를 처음보듯 대한다면, 화가날까. 무서울까. 두려울까. 인식하는 기억은 의식덩어리의 1/10도 안된다던데... 내가 삶을 꾸리는 동안 내 안에 다른 사랑의 기억이 꿈틀대고 있다면, 난 어떡해야 할까. 그를 기억해 주는 게 맞을까. 꺼내지 않는 게 나을까. - 이터널선샤인 더보기
주문외는 밤 난생 처음 시서평을 썼다. 시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행간의 의미, 단어의 속뜻, 국어시간에 배운 어떤 의도같은 건 파악하기 함들었다. 시에 대한 이해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궁금했다. 배우고 싶었다. 서평을 가까스로 제출하고 공부하러 가는 길, 회식에 붙잡히고 말았다. 공부와 의무. 그 사이에서 나는 의무를 선택했다. 누가 지우지 않았지만 스스로 짊어진. 직장이라는 사회는 밥벌이와 연관되지 않은 그 어떤 사회들을 항상 압도한다. 육회와 소갈비로 배를 과하게 채우고 집으로 오는 길, 오늘 있었던 시서평 수업의 감동들이 카톡창에 연신 쏟아진다. 밥벌이의 의무라 명명한 내 선택에 후회가 스민다. 그 와중에 이 시간까지 한께 술마시고 배두드린 동료들의 잘 가라는 인사에 정신이 번뜩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