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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깃꽁깃 생각/오늘일기

나는 살아있다.


진천살이 중이다. 서울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한지 30여년, 아버지 고향 경상도, 신랑 고향 경상도만 알았지 충청도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리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진천행. 그래도 다른 이들의 생각만큼 참담(?)한건 아니다. 아직 아이가 없고 신랑과 같은 회사를 다닌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맞벌이로 지방에 산다면 저축도 많이할 수 있을 테니까.

일장일단. 몇개의 장점과 단점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는 아침마다 진천행 버스에 몸을 싣고 있다. 신랑과 눈맞춤할 시간이 줄어 아쉽지만 생각했던것 보다 고단치 않다.

고민거리는 다른 데 있다. 첫째는 외국어, 둘째는 독서와 글쓰기, 마지막은 집이다. 해외업무를 맡게 됐다. 외국으로 기업을 진출시키는 일을 하게 되면서 영어를 비롯한 각종 외국어를 섭렵해야 하는 상황. 미뤄뒀던 영어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번 전화영어에 일주일에 한번 30분짜리 대화까지. 이것들을 모두 듣고 쓰고 외우고 다시 말하기를 반복한다. 업무상 봐야하는 자료가 모두 영어다 보니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안하면 죽는다(ㅋㅋ) 해야만한다. 게다가 외국어특기생이라는 잘못된 정보 유포로 인해 나에 대한 기대는 떨어질 줄을 모른다.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나는, 고로 미친듯이 해야한다.

그 다음은 읽기, 쓰기와의 단절. 소설 토지읽기의 흐름이 툭 끊겼다. 오늘 토요일 저녁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지방에 내려간다고 내 삶의 중요한 부분도 내버리지는 말아야지. 바쁠수록 소중한 것들에 더 투자해야지. 하루에 한 시간씩 꼭 읽고 틈틈히 써야겠다. 독서는 출퇴근 지하철과 쓰기는 핸드폰을 이용할 생각이다. 잠시 멈췄던 200일 글쓰기도 다시 'Restart' 해야겠다. 좋은 것은 몸에 익히기 어렵고 나쁜 것은 쉽게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얄궂은 인생살이지만, 내 몸에 붙어 있는 좋은 읽고 쓰는 근력을 내버리지 않을테다. 지금부터!!!

마지막은 집. 가장 중요한 것인데 희한하게 가장 덜 신경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주말 다시 지방에 내려가 집을 보고 있고 틈날 때마다 새로운 매물이 올라와 있는지 보고 있다. 회사 이전으로 지방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서울 사람들을 돈으로 보는 그곳 사람들의 행태에 하루하루 질려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 관망하며 지켜보자고 여유를 부리는 신랑 덕에 나도 그리 하고 있다. 돈이 있어도 구할 집이 없는 요상한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속에 머리를 말고 있는 지금 마음을 다잡는 여러가지들을 끄적인다. 걱정과 근심이라는 장막 속에 숨어 있던 긍정과 희망이 고개를 드는 느낌이다. 역시 글쓰기는 나를 살아있게 한다. 오능 저녁은 맛좋은 구룡포 산 과매기로 배을 두둑히 채우고 토지를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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