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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깃꽁깃 생각/오늘일기

Real me

 

사랑해 마지않던 프로그램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가 막을 내렸다. 힙합, 랩, 언더 문화 등에 대해 알게 됐고 더 나아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자들의 마음가짐 등을 배우게 됐다. 악마의 편집이었다고 하지만 각 랩퍼들은 자신만의 특성을 랩으로 잘 보여줬다. 헤이즈, 키디비, 유빈, 수아, 효린, 트루디, 예지, 그 중에서 잔상이 제일 오래 남는 사람은 효린이다.

 

사실 나는 효린을 좋아하지 않았다. 선정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게 여성에 대한 지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느낌을 갖게 했고, 털털함이라는 장막을 입은 무던함은 감정의 세밀함을 음악적으로 풀어야 하는 가수와 어울리지 않는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프로에서 노력했다. 첫 회에서 낙오자가 됐지만 파이널 무대에 오르는 승자이기도 했다. 매 단계 밟아가는 모습은 성장의 진면목을 알게 했다. 특히 '내가 잘 못할거다 라고 생각했던 걸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됐다'는 말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짜릿함을 대신 느끼게 해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쾌재를 부르게 했다.

 

매 순간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일에 직면한다. 별 것도 아닌 것에 마음을 쓰는 자신이 한심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무능해 보여 좌절한다. 내가 왜 여기 있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거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에 있는걸까? 나도 지금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파이널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내뱉기 부끄럽더라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는가. Real me라는 주제에 나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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