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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08일][9월7일] 화끈한 오늘 하루 #나가수 레전드 나가수 레전드 방청을 다녀왔다. 2% 아쉬운 라인업이었지만, 선선한 날씨, 시원시원한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행복했다. 마지막 곡에서는 거의 정신을 잃고 놀았는데, 카메라가 앞에 와서 당황스러웠다. 옆에 있던 신랑이 내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초유의 사태 발생. 난 범죄자? 응? # 개인정보와 보이스피싱 오늘은 나를 위한 날인가? TV 프로에서 보이스피싱과 개인정보에 대해 다루고 있다. 2012년 3월 이었다. 보이스피싱으로 목돈을 날렸던 게. 은행에서 들었던 'IT하시는 분이 왜 그러세요?' 검찰에서 들었던 '어떻게 그런 일을 당할 수 있죠?' 경찰에서 들었던 '제 동생이면 맞으셨을 겁니다'까지. 금전적 손해보다 사고 후 수습 과정에서 기관들에 의한 정신적 피해가 더 컸다. '제가 일부.. 더보기
[107일][9월6일] 아빠 아빠 “아빠 지금 떨려?”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아빠에게 물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아빠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걸었다. 신부 입장 소리에 문이 벌컥 열리기 전까지, 아빠는 문 뒤에서 나와 이모님과 평범한 얘기를 나눴다. 따님이 무슨 일을 하냐는 이모님 질문에 아빠는, 우리 딸이 IT일을 하는데 대학 때 매번 일등만 하다가 졸업도하기 전에 우리나라 IT분야 대기업에 모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나의 대학 4년을 자랑스러워하시며 껄껄껄 웃으셨다. 그랬던 아빠 손이 떨리고 있었다. 싱긋 웃기만 하셨다. 나를 신랑의 손에 넘겨줄 때도. 삼형제 중 차남이었던 아빠는, 나 - 딸, 여자 - 의 성장을 신기하게 보셨다. 생리를 시작했을 때, 남자친구를 사귄다며 데리고 왔을 때, 심지어 내가 출근을 할 때.. 더보기
[106일][9월5일] 영화 <앤트맨> 후기 영화 후기 마블스러운 작은인간 이야기 앤트맨. 또 다른 마블시리즈다. 마블시리즈에는 공식이 있다. 단 하나의 악당, 완전무결한 영웅, 둘의 대결, 영웅의 승리. 앤트맨은 그 공식을 충실히 따른 영화다. ‘앤트맨’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개미처럼 작은 인간 그리고 개미를 조종하는 인간. 영화 의 ‘악’은 ‘또 다른 앤트맨’을 만드는 자다. ‘선’은 앤트맨을 만드는 ‘기술’이 인류 멸망이 초래하는 것을 막는 자다. 결국 사람을 개미처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 간의 싸움. 밋밋한 시나리오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는 두 가지로 보인다. 아빠와 딸의 관계, 양자역학. 초반 핌박사와 딸(호프)는 적대적인 관계로 그려진다. 앤트맨이 되고 싶은 딸을 아버지가 막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영화 후.. 더보기
[105일][9월4일] 뇌와 인공지능(김대식 교수 강연 후기) 뇌와 인공지능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교보인문석강에 다녀왔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그의 저서, 인터뷰 등을 살펴봤을때 그에 대한 인상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에 관심이 많구나. 그리고 독단적이다. ‘시간이 없어 짧게 하겠습니다’가 그의 첫 마디였다. 성의없게 하겠다는 공개선언. 강의 후, ‘괜히 석학이 아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나의 생각은 뒤바뀌었다. 뇌의 실체, 인공지능 기술을 얘기한 그의 강연을 짧게 요약해본다. 뇌 그는 뇌를 ‘고기덩어리’로 표현했다.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감각세포가 없는, 평생 현실을 경험하지 못하는 고.기.덩.어.리. 우리가 경험하는 지식, 인지, 입체감 등은 모두 ‘감각기관’이 전달한 정보를 고기덩어리에 불.. 더보기
[104일][9월3일] 개발자와 욕일기(글쓰기로 가는 길 1탄) 개발자와 욕일기 나는 욕일기로 시스템 개발자로서의 설움을 이겨내왔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여느 직장인과 달리, 현장에 파견나가 고객과 직접 대면하며 시스템을 구현하는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개발 업무를 통칭) 특성상, 모든 것은 혼자 처리해야 했다. 일명 각개전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요구사항을 뽑아내 개발가능성을 타진하고 시스템을 설계, 구현했다. 얼굴만 보면 욕부터 나오는 고객님들과의 미팅이 아니면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 내가 말 걸 수 있는 상대는 모니터 뿐. 화장실에서 울다 울다 그래도 해결안된 억울함은 모니터 뒤에 숨어 파일에다 욕을 쓰며 풀었다. 하루하루 매일 빼놓지 않고 나는 ‘미친놈’이라는 글자를 썼고 연차가 쌓이면서 파일 수는 늘어갔다. 스마트폰 SNS 모듈.. 더보기
[103일][9월2일] 존재 존재 아들을 잃고 쓴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다. 선생님은 아들이 땅 속에서 어찌 있는지도 모르는데 사지 멀쩡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하찮은 존재라고 말하신다. 그 슬픔을 짐작도 할 수 없는 가운데, 존재하기 위해 써야만 한다는 누군가의 글이 떠올라 먹먹했다. 똑같이 일을 하고 들어와 같이 밥을 먹었는데 설겆이는 자연스럽게 내 몫으로 남는다. 내가 없다면 몇 일 저 안에 있다가 없어질 설겆이, 내가 있다면 바로 사라질 설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당위로 남는 이 일이 싫다. 선생님의 '하찮은 존재'라는 표현이 오버랩된다. 나의 존재는 무엇으로 판가름나는 것일까. 타인과의 관계, 사회적 업적, 무엇을 겆추어야 내 존재를 일관성있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 맛집 피자를 올린 사진에 친구들이 덧글에 덧글을 .. 더보기
[102일][9월1일] 은유작가님 글쓰기 수업 후기 은유작가 글쓰기 수업 후기 월 마지막 화요일, 그간 참여해 온 ‘백일글쓰기’ 마지막 날이자,은유작가님께 배우는 글쓰기 수업 첫 날이다. 한 지인 손에 들려있던 책이 이었다. 표지 한 번 이쁘네라고 생각하고 말았던 책을 도서관에서 만난 건 근 한 달이 지난 후였다.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글쓰기 책인데, 마음이 울렸고 여운이 길었다. 그 감동을 가지고 홍대 어슬렁정거장 카페로 향했다. 낯선 환경이다. 꽤 많아보이는 사람들이 사이좋게 둘러 앉아있었다. 네모 반듯한 책상들에 두서없이 놓인 종이들과 커피잔, 빵, 그 뒤로 빼곡한 책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선생님이 가운데 앉아계셨다. ‘그 책을 쓰신 분이구나. 저 분이시구나.’ 점심 먹으러 가는 길, 방송국에서 나온 연예인들을 보는 기분과는 사뭇 달랐다... 더보기
[101일][8월31일]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쓰는가 미친놈. ‘오전 7시 출근, 새벽 1시 퇴근’이라는 법칙이 군림하던 시절, 갑을병정 세계에서 초 ‘정’의 시스템 개발자였던 난, 매일 일기를 썼다. 그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적었던 단어가 바로 미친놈이다. 대상은 많았다. 여성개발자들 귀에다 바람을 불어넣으며 고객 입김은 꿀단지라고 낄낄거리던 ‘고객님’, 이런 희롱을 방치하는 ‘PM’, 네 고통은 너의 몫이라며 난데없는 관용을 베푸는 ‘팀장님’까지. 그 때 나를 지탱한 건 다름 아닌 욕일기였다. 책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도 그 때다. 무릇 직장인이라면 뭐라도 좀 읽어 지식을 쌓아야 할 것 같았고, 이를 이끌어줄 무언가를 찾았다. 리뷰어 활동이었다. 정기적으로 책을 제공받아 리뷰 쓰는 일을 했다. 전공서적도 안 들고 다니던 내가 5백 페이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