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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05일][9월4일] 뇌와 인공지능(김대식 교수 강연 후기)

 

 

뇌와 인공지능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교보인문석강에 다녀왔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뇌과학, 인공지능, 그리고 인류 역사의 끝>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그의 저서, 인터뷰 등을 살펴봤을때 그에 대한 인상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에 관심이 많구나. 그리고 독단적이다.

 

시간이 없어 짧게 하겠습니다가 그의 첫 마디였다. 성의없게 하겠다는 공개선언. 강의 후, ‘괜히 석학이 아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나의 생각은 뒤바뀌었다. 뇌의 실체, 인공지능 기술을 얘기한 그의 강연을 짧게 요약해본다.

 

 

그는 뇌를 고기덩어리로 표현했다.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감각세포가 없는, 평생 현실을 경험하지 못하는 고..... 우리가 경험하는 지식, 인지, 입체감 등은 모두 감각기관이 전달한 정보를 고기덩어리에 불과한 뇌가 해석한 것이다. 영장류는 뇌의 30%를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데(박쥐가 초음파 정보를, 쥐는 콧수염 정보를 해석하는 데 사용), 정보를 처리한다는 건 차이값을 계산하는 걸 말한다. , 5초전 본 화면(A)와 지금 보는 화면(B)이 동일하다면 뇌는 차이가 없는’, ‘같은화면으로 인식하고 이를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다. 공학적으로 표현하면, [어제=오늘] [어제-오늘=0] [차이X] [같은 것][변화없는 것] [관심없음] [존재하지 않음]

 

인간의 뇌는 1015승 수의 회로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뇌는 유전(30%), 경험(30%), 랜덤정보(30%)로 구성되는데, 이때 유전에 해당하는 30%는 태어나서부터 10~12살 시기에 결정된다. 자주쓰는 회로망은 발달하고, 자주 쓰지 않는 것은 퇴화하는 방식으로. 그럼 같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무엇 때문일까? 30%에 해당하는 랜덤정보?

 

인간의 뇌는 사고(생각, 느낌 등)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맵핑)한다. 개나리, 병아리, 레몬을 우리는 모두 ‘(편의상)노란색이라고 하지만 각각의 노란색은 채도, 명도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인간은 다양한 원천의 사실을 (가장 가까운)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같은 것을 본다] [모두의 뇌가 다르다] [모두 다르게 본다(해석한다)] [받아들인 감각을 표현하는 단어가 사람마다 다르다] [받아들인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제한적이다] 언어의 해상도인식의 해상도보다 낮다.

 

인공지능

 

이는 인공지능에서도 마찬가지. 사고의 큰 영역을 하나의 단어로 맵핑해 표현하듯, 컴퓨터는 현실이라는 big data를 경험을 통해 알게(학습)된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 있는 데이터는 1제타바이트(11천억 GB). 이 중에서 컴퓨터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는 단 10%, 나머지는 소리, 영상, 트윗, IoT 등에 해당한다.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structed data, 해석할 수 없는 데이터를 unstructed data라 하는데 여기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라는 건 말/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데이터(structed data)를 말한다. 결국 structed data를 학습시키는 게 인공지능의 시초.

 

Deep Learning, Deep Dream, Deep Mind

 

그럼 인공지능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Deep Learing, Deep Dream, Deep Mind의 순이다. Deep Learning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까지 학습을 시킨다. Googlephotos는 실생활에 적용된 인공지능(Deep Learning)의 한 예다. 이는 무료인데 사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photos의 사진 분류 기능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것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photos를 사용하면 할수록 인공지능이 경험을 더 쌓게 되고 결국 지능을 높여주는 효과를 만든다. , 인간은 photos 인공지능의 학습지인 셈.

 

Deep DreamDeep Learning에서 더 나아가 정답이 아닌 오답을 알려준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를 실행했을 때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것들까지 만들어낸다. 더 놀라운 것은 Deep Mind. Deep Mind는 영국의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구글이 인수했다. Deep Learning 2.0을 제시한 이 기업의 목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자의 머리를 인공지능으로 복제(?)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코딩할 수 있게 하는 코드를 만드는 것.

 

AI

 

지금까지는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발전 단계였다. 이제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 볼 차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약한AI, 강한AI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은 보고 듣고 말하고 읽고 쓰고 통합하고 이해하는 능력(Seeing, Listening, Speaking, Reading, Writing, Integration, understanding)을 갖고 있다.

 

약한AI란 인간의 이런 능력이 가능한 인공지능. 약한AI가 현실화되면 전문가들은 시장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반복적인 지적 활동에 해당하는 직업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반복적이지 않지만 지적인 노동을 하게 될텐데 신부, 목사, 국회의원 등의 직업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국회의원이 들어간 이유는,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의사결정을 인간이 기계에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기계에게 용하는 법안 역시 인간이 통과시키지 않으리라는 이유란다.) 그 외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으로는 프로그래밍화가 쉽지 않은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 직업인데 심리치료사, 방송작가 등을 언급한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약한AI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강한AI는 기본적인 인간의 기능에 자유의지와 자아까지 결합된 형태다. 터미네이터의 T1000 정도가 상상할 수 있는 예라고 할까? 프로그래밍에 국한되지 않고 배우지 않은 감정을 인식하고 이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김대식 교수는 약한AI는 근 10~20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

 

그렇다면 강한AI는 언제 가능해질까? 바로 이 지점이 인류의 화두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필연적으로 발전하게 되어 있다. 사회 발전이라는 공익 측면에서도, 연구발전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전 세계적 분위기도 여기에 한 몫 하니까. 그 와중에 인간의 뇌 밝혀지지 않은 영역이 더 많은 는 블루오션에 가깝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리라. 기술로써 인간의 구현이 가능하다면? 기술을 이용한 인간을 닮은 인간은 자연발생적 인간과 동일하게 볼 수 있을까. 구글 무인자동차가 일반 보험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상용화될 수 없다는 우스갯 소리가 괜히 나온 것일까. 결론은 사람과 기술의 재현, 그 정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그 합의에는 모든 인류가 납득할만한 기준과 절차가 선행되어야 하고 여느 정치적 일이 그렇듯 소수 권력에 의해 판가름 날 테지만.

 

강의를 듣고 머리는 더할나위없이 복잡해졌다. 직장생활에서 상사의 입맛을 파악해 그에 맞게 업무를 처리하는 고단함의 확대버전 같다. 살아가면서 파악해야 하는 의도는 무궁무진하다. 친구와의 만남, 시어머니의 카톡, 정치권의 결정, 직장동료의 메일, 수많은 의도 앞에서 나는 매일 무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인공지능이 장악한 세상에서는 그 무의식도, 결정도 무용지물일터. 그 세상을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준비가 가능하기는 할까. 이 물음들이 이번 강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김대식 교수에 대하여

1. <네이버 캐스트 > 지식인의 서재> 김대식의 서재는 무한이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54&contents_id=97643

2. 조선일보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51] 고향과 입양/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02/2015090203956.html

3. [인터뷰] "달려오는 미래,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16/2015011601199.html

 

 

*덧붙여

1. 인간도 기계의 일종이다.

2. 강한AI는 물론, 약한AI가 등장하기도 전에 인간은 몰락하지 않을까.

 

강연 끝 무렵, 참석자들의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을 한 분은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닐까. 기계의 완전무결함에 빗대면 인간은 허점이 참 많은데 어찌하여 인간이 기계의 일종이라고 생각한 걸까.

 

충격은 두 번째 질문에서다. 김대식 교수가 어린 친구라고 칭한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의 질문. 한 소설을 빗대어,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기계가 장악한 세상이 오기 전, 인간은 그 스스로의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몰락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이었는데. 저 소년과 같은 학생들이 미래를 짊어진다면, 기계에 압도당하지도,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김대식 교수의 강연과 저서, 인터뷰를 읽어보고 기회가 닿는다면 하겠다고 생각한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소년의 질문과 비교해 깊이의 정도를 살펴볼 때 질문 시간에 손을 들지 않은 게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조선일보 칼럼 <고향과 입양>을 빗대어)외모의 차이를 두고, 입양된 아이들이 평생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입양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적었는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입양아가 아니더라도 무릇 인간이라면 평생 동안 하는 업보 같은 것 아닌가?

-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빗대어) 뇌의 원리를 깨우치면 본인만 알겠다는 자세가 - 편집자의 편집인지, 실제 인터뷰어로서 당신이 이렇게 대답한건지 알 수 없지만 - 과학자로서 올바른 자세라고 보는가? 

 

(원고지 26.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