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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02일][9월1일] 은유작가님 글쓰기 수업 후기

 

은유작가 글쓰기 수업 후기

 

월 마지막 화요일, 그간 참여해 온 백일글쓰기마지막 날이자,은유작가님께 배우는 글쓰기 수업 첫 날이다. 한 지인 손에 들려있던 책이 <글쓰기의 최전선>이었다. 표지 한 번 이쁘네라고 생각하고 말았던 책을 도서관에서 만난 건 근 한 달이 지난 후였다.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글쓰기 책인데, 마음이 울렸고 여운이 길었다.

 

그 감동을 가지고 홍대 어슬렁정거장 카페로 향했다. 낯선 환경이다. 꽤 많아보이는 사람들이 사이좋게 둘러 앉아있었다. 네모 반듯한 책상들에 두서없이 놓인 종이들과 커피잔, , 그 뒤로 빼곡한 책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선생님이 가운데 앉아계셨다. ‘그 책을 쓰신 분이구나. 저 분이시구나.’ 점심 먹으러 가는 길, 방송국에서 나온 연예인들을 보는 기분과는 사뭇 달랐다. ‘요가왕님 오셨나요?’ 활짝 웃어주시는 모습에 또 한번 마음이 편안해졌다. 선생님의 인사 후, 자기 소개가 이어졌다. 한 명씩 자신과 글에 대해, 그리고 강의에 오게 된 계기를 풀어놓았다.

 

후시딘님은 은유 쌤과는 첫 만남이라고 운을 떼셨다. 고용부에서 인터뷰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주 인터뷰 대상이 노인분들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으셨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강의를 듣고, 책도 섭렵하신 듯 했다. 말씀을 똑부러지게 하시는 모습이 글도 허투루 쓰실 것 같지 않았다. 글쓰는 직업을 갖는게 로망인데, 그걸 이미 하고 계시다니 부러웠다.

 

김광묘님은 옆옆옆 자리에 앉으셔서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데 책을 읽고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대학원 과정에 계시고 각주없는 글을 쓰는 게 너무 불안하다고 하셨다. 이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사람을 포획하고 쓸모를 다하면 버리는 그런 곳이 오늘날의 사회라며그 안에서 자신을 설명하기는 더할나위없이 어렵다고 하셨다. 또 어려울수록 표현의 장, 공감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하셨다.

 

그 다음은 성함도 닉네임도 잘 못들었던.. 남자분이셨다. 춘천에서 오신 특수교사라고 하셨는데, 선생님 책은 마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다고. 나는 왜 글을 쓰려는지도 모르고 그저 마음이 동해서 이곳에 발을 들였는데, 먼 길에서 와 하고 싶은 무언가를 말씀하시는 모습이 참 대단해보였다.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글도 차분하게 잘 쓰실 것 같았다.

 

깻잎님은 감응의 글쓰기 2기라고 하셨다. 게다가 국어교사! 이번 수업에 지원할 때 나는 감응의 글쓰기 3기를 두고 약간 고민을 했다. 하지만 토요일이라서 아웃! 신랑님은 내가 토요일에 다른 무엇을 하는 걸 극도로 꺼려하신다. 주말에는 같이 있어야 한다는 그만의 철칙. 매일 회사에서도 보는 데 굳이 주말에까지 붙들고 있으려는 마음은,, 그저 신혼이라 그럴것이리라. 깻잎님은 글을 쓰니까 생각을 하게 되고, 쓰다보니 본인의 상태가 글로 나오게 됐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글을 잘 읽어보고 싶다고 덧붙이셨다.

 

다음은 잔디 님이시다. 천생여자라는 첫인상이었다. 말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해 답답했는데 자신을 설명하는 기술이 일을 할 때나 어디에서나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곳에 오셨다고. 써놓은 일기를 보면 감정의 덩어리만 있더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딱 내 얘기인 것 같았다. 나도 매번 정체모를 감정들에 시달리지 않던가.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이번 강의로 나도 이 질문에 답을 해보리라.

 

다음은 바쿠님이셨다. 바쿠님도 감응의 글쓰기 2기에 참여하셨다고 했다. 체육선생님을 하신단다. 아니나다를까. 처음에 들어오시자마, 지각임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인사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명확하고 유쾌하셨는데, 몸을 단련하며 글쓰기를 지속하고 계시는, 안팎으로 내공이 대단한 분 같았다. 바로 옆 자리에 앉으셨는데 단시간에 8kg 넘게 살이 쪘다는 나의 고백에 충분히 날씬하시다고 말씀해주셔서 개인적으로 참 고마웠다.

 

밤밤님도 역시 감응의 글쓰기를 수강했다고 하셨다. 의료분야의 연구원으로 계시다고 했는데, 조근조근 말씀하시는 모습에 풀어낼 꺼리가 많으신 듯 했다. 결혼 후 전선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이 어떤 글로 나올지 기대가 된다. 선생님은 밤밤님의 자기 소개에 자기 삶에 집중할 때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해주셨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주 인상적이신 세콰이어님의 소개가 이어졌다. 작가님의 올드걸의 시집을 보셨고, 글을 쓰는 것이 나를 떠나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세콰이어님 과제 글을 읽었는데, 삶과 글이 촘촘하게 어우러진 분 같았다. 무림 고수의 느낌 물씬!

 

그 다음은 박선미 님이었다. 선생님 책 뒤편의 엄마 이야기를 적으신 분이었고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를 하셨다고 했다. 글을 쓰면서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됐을까를 생각하게 됐는데, 이를 통해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일을 지양하게 됐고 나아가 착해진 것 같다고. 글로 나를 해소하는 데서 더 진일보하는 경험, 나는 언제쯤 그런 단계로 갈 수 있을까?

 

여백님은 웹디자인 일을 하신다고 했다. 웹디자인! 한 때 나도 웹디자인으로 밥벌이로 했던 때가 있었다. 숱한 야근, 야근, 야근과 쥐꼬리만한 월급, 혹사되는 내 몸! ‘사는 게 갑갑해서글쓰기에 참여하신다고 했는데, 갑갑하다는 짧은 한 마디에 마음이 그냥 훅 여백님께 끌렸다. 왠지 통하는 것도 많을 듯한 느낌.

 

윤여사님은 글쓰기의 최전선 4기와 6기를 수강하셨다고 했다. 집에서 글쓰러 가는 걸 반대했지만 함께 듣고 얘기하는 분위기가 좋아서 또 다시 오셨다고 덧붙이셨다. 우리 신랑도 비슷했다. 이미 여러 글쓰기 강의에 참여했고 매일 뭔가를 쓰고 있으면서 또 다른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간다고 했을 때, 그는 나한테 글쓰기 전문 사이버수사대라고 했다. 글쓰기에 무슨 강의가 그리 많으며 나는 그걸 또 어떻게 그리도 잘 찾아내냐는 얘기였다. ‘IT하는 여자야롤 응수했지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내심 섭섭했다. 그래도 뭐, 난 지금 강의에 참여하고 있고 과제를 냈으니, 내가 위너! 윤여사님도 위너!

 

다음은 보라님이셨다. 작은 체구에 사람들 말에 활짝활짝 웃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인 분이었다. 강의 오는 길에 수강동기를 몇 자 적었다고 하시며 읽어주셨다. ‘계속 공이 날아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걸 쳤다라는 커멘트가 뒷따랐다.

 

옥수수님이셨다. ‘대안학교 교사, 타인의 시선에 맞춰살았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버린 느낌, 나를 찾고 싶다, 내 목소리를 갖고 싶다라고 내가 메모를 했다. ‘나를 알고 싶다나도 그런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버린 느낌이란 말이 너무 슬펐다. 메모를 보니 또 감정만 살아난다. 옥수수님 이야기에 정신없이 홀려 있었나보다.

 

개미님은 감응의 2기 수강생으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 다시 신청하게됐다고 말씀하셨다. 청소년 자립을 돕는 일을 하면서 과연 나는 자립했는가라는 물음에 닿았다고. 대학 동아리에서 시설 활동을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봉사활동과 엄연히 다른 거라며 대학 4년 내내 외치고 다녔는데, 지금 내게 시설활동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답을 할 수 있을까. 영원할 것 같은 앵두방 아이들과의 관계는 졸업과 동시에 소원해졌고, 나는 동아리에서 노땅 선배로 자리매김했다. 나의 시설활동은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을까. 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개미님의 소개였다.

 

마지막은 은유쌤 글쓰기 강좌의 반장, ()주원님이었다. 오랜 시간 이뤄진 자기 소개 중 가장 인상적이기도 했는데,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오셨다고 했다. 유학당시 교수에게 들었던 너를 객과화 시키되 너를 드러내라라는 말과 마포구청에서의 혼인신고 사례까지 엮어서 말씀해주셨는데 이야기 듣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수업 후 집에 들어가자 마자 신랑에게 반장님 소개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여운이 긴 이야기였다.

 

자기소개 후, 도서목록 소개가 있었다. 9권이었는데, 이 목록을 봤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다. 생각이 깊지 못해 책을 읽어도 표면에 머무르는 내가, 살면서 꼭 생각해봐야 할, 하지만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이었다. 그래서 이 강의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에게 계기를 주고자 했다. 이 책들을 완독하고 나면 내가 좀 자라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글쓰기 강의를 찾아다닌 게 언제부터 였던가. ‘아줌마를 상대하는 게 작가가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던 한 작가 강의를 수강한 게 맨 처음이었다. 그 후부터 만난 대부분 강의에서는 동일한 걸 강조했다. 바로 생각하기와 동료. 글쓰기 또한 마음의 표현이다. 그 표현을 잘하기 위해서는 나를 알고, 타인을 알고, 세상을 알아야 할 게다. 이는 읽고 배우는 것에서 시작해 타인의 의견을 들으며 생각을 깨고 다시 사유하고 내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안에서 이루어질 터.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기에는 동료혹은 학인이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닐까.

 

수업 직후 끄적였던 후기를 일주일이 지나서야 완성했다. 그 사이에 함께 공부하는 분들의 후기와 과제가 쉼없이 올라왔다. 글에서 그 사람이 느껴진다. 첫 수업에서 느꼈던 감정이 후기를 다시 적고 그 분들의 글을 읽으며 다시금 떠올랐다. 오늘은 두 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다. 첫 수업날에는 다른 수업 종강날과 겹쳐서 기뻤는데 두 번째 수업은 9월의 첫 날이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은 합평도 있다. 기대가 된다.

 

과제 도서 읽을 때

자기 삶하고 섞어서 읽어라. ‘나를 비추는 거울로 책을 대할 것

저자랑 대결하는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라. 자기 생각을 가지고 밀고 나아가라.

내 생각을 바꾸는 게 공부의 목적

자기 생각을 깰 수 있을 때가 정말 좋은 공부가 된다.

 

메타포라

은유 : 생각의 도구,사고,행위 운동성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종류의 사물 관점에서 이해·경험

시간은 돈의다 자본주의의 기본적 가치/자연은 사원이다 자연의 다른 현실의 장

많은 생각이 은유의 작용으로 이어진다.

자기를 활성화시켜놓고 물레방아 돌리듯 돌리자.

 

 

은유쌤 한마디

- 내 삶의 정체성이 높아지는 자극

- 안 먹던 맛을 보면 새로운 맛을 보게된다.

- 알약을 먹는 것 같은 독서는 오히려 해롭다.

- 남을 알아야 자기를 잘 알 수 있다.

- 머리 속에 너무 많은 걸 넣으려고 하면 안된다.

- 착취구조 안에 발을 내딛는 것은 나를 너무 피폐하게 한다.

 

- 글을 써야 삶에 맥락이 생긴다. 신실해진다.

- 나의 삶에 충실해져야 내면에 힘이 생긴다.

- 글쓰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

- 책은 삶의 결과물이다.

- 지식과 지혜는 상충한다.

- 시행착오를 거치며 균형을 찾아야 한다.

- 알면 쉬운데 알기까지의 과정이 어렵다.

- 자기 삶의 동력이 있다는 건,

- 살아있는 것은 대단하다.

- 이질적인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볼 수 없는 걸 보게 되면서 삶이 풍요로워진다.

- 세 끼 밥을 먹고 산다는 것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수험생의 부모는 삶의 시간을 견딘다는 게 힘들다.

- ‘시간을 견딘다

- 누구에게나 글감이 있다. 일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다.

- ‘비경험의 경험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 비주류일 때 절실해지는 게 있다.

- 중복없이 내 생각을 가지런히 하는 건 힘들다.

 

 

(원고지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