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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07일][9월6일] 아빠

 

 

아빠

 

 

아빠 지금 떨려?”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아빠에게 물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아빠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걸었다. 신부 입장 소리에 문이 벌컥 열리기 전까지, 아빠는 문 뒤에서 나와 이모님과 평범한 얘기를 나눴다. 따님이 무슨 일을 하냐는 이모님 질문에 아빠는, 우리 딸이 IT일을 하는데 대학 때 매번 일등만 하다가 졸업도하기 전에 우리나라 IT분야 대기업에 모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나의 대학 4년을 자랑스러워하시며 껄껄껄 웃으셨다. 그랬던 아빠 손이 떨리고 있었다.

 

싱긋 웃기만 하셨다. 나를 신랑의 손에 넘겨줄 때도. 삼형제 중 차남이었던 아빠는, 나 - 딸, 여자 - 의 성장을 신기하게 보셨다. 생리를 시작했을 때, 남자친구를 사귄다며 데리고 왔을 때, 심지어 내가 출근을 할 때도 어떻게 네가 돈을 버니?’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지금도 역시. 아빠에게 늘 의아하고 신기했던 내가 이제 30을 넘어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고, 아빠는 일흔 가까운 나이에 할아버지가 되셨다.

 

추석일정을 얘기하는 엄마와의 통화, 아빠가 추석 때 수술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 치료하면 낫는 병이지만 아빠 특유의 무던함과 귀차니즘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엄마는 내게 네가 아빠한테 한마디 하라고 당부하셨다. 여직 담배도 안끊고 있다는 말과 함께.

 

마트에 가는 길,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언제나 그렇듯 집에 언제 올 거야라고 물으시는 아빠. ‘추석 때 수술받자. 귀찮아도 이번에는 꼭 받아.’ 다짜고짜 본론부터 내던지는 내게 아빠는 순순히 알겠다오 하셨다. 엄마와 자주 연락하고 안부 전하라는 말로 아빠와의 통화는 금방 끝났다.

 

결혼식 날, 아빠는 내 손을 잡고 떨고 계셨다. 사진작가가 찍어준 사진 속 아빠는 계속 나만 보는 바람에 정면 사진을 몇 장 남기지 못하셨다. 결혼한 지 일 년이 넘어 지금까지 아빠는 내가 시댁이란 곳에 가야하는 며느리라는 걸, 믿지 못하는 눈치다. 결혼식 날, 아빠 눈빛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번 추석때 친정에 가서는 아빠 손을 오래동안 잡아봐야겠다. 

 

(원고지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