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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09일][9월8일]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마라 발췌

°그 나이 때 나는 내가 병신이라고 생각하기는커녕 내가 다른 아이들과 그리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움직임이 좀 어정쩡하다는 건 알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그게 이상한 줄도 몰랐다.(p37)

 

°‘다름병이 있음을 구분 짓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p51~52)

 

°우리 사회의 역학 관계는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당사자의 오점으로 치환해버린다. (p174~175)

 

°장애 여성들이 자기 몸을 더 잘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찾기보다 환자의 손상된신체를 어떻게 고치거나 어떻게 다룰지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p313)

 

°우리 가족은 저마다 나름대로 비정상적인 사람들이었고, 나 역시 우리 집안 최초의 정상인이 될 계획 따윈 없었다. (p35)

 

°인신공격당한 것을 인정하고 같이 아파해줬어야 마땅한 유일한 목격자가 누구 편을 들지 결정 못하고 멀뚱히 서 있기만 하는 데서 느끼는 외로움이었다. (p54)

 

°본의 아니게, 우리 가족의 일관된 침묵은 장애아인 나는 괴물이라는 나의 최악의 두려움을 더욱 굳히는 결과를 낳았다. 장애란 가족들이 입에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진짜 나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어린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p94)

 

°'장애는 곧 비정상'이라고 믿었던 어린 나이에는 거울 속의 내 일그러진 얼굴을 볼 때마다 내 안에 괴물이나 악마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었다. (p160~161)

 

°나는 뇌성마비든 뭐든 내게 장애 따윈 없다고 부정하며 자랐다. 다른 애들과 다른아이로, 더 콕 집어 말하자면 결함이 있는아이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p19)

 

°살면서 겪어온 많은 문제 거부, 불편한 시선, 배척 등 가 내 장애, 내가 앓고 있는 뇌성마비 때문이 아니라 내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임을 전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동시에 나도 편견에 절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p23~24)

 

°자라면서 나는 사람들의 시선과 조롱을 내게 신체적인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불편한 시선을 받으면 내가 인간이 아닌 것 같은, 괴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장애가 있다고 내 입으로 인정하면 남들이 내게 지운 그리고 기분이 몹시 가라앉는 날이면 나 스스로 짊어지는 괴물이라는 정체성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될까 봐 두려웠다. (p92~93)

 

°어쩌면 내 장애에 대해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지 몰라서 입을 다물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과 내 장애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이 없을뿐더러 스스로 내 장애를 부정하는 날도 많았으니까. (p86~87)

 

°다섯 살에 이런 시련을 겪고도 나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투쟁에 몸을 던졌다. 실패한 적도 많았다. 아직 네가 세상에 나올 때가 아니라며 제지하는 타인들의 차가운 손길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 주위에 자궁 같은 보호막을 친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대마다 오래전 그날 밖으로 나오겠다고 아우성쳤던 나의 고집스러운 이미지와 그런 나를 위해 간호사들을 할퀴고 물어뜯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고, 나는 매번 내 조그만 주먹에 온 힘을 실어 그 보호막을 힘껏 부숴버릴 수 있었다. (p39)

 

°거지들이 싫은 건 그들이 곧 나일수도 있기 때문에, 아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내가 바로 그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그저 생존을 위해 애쓰는 가난한 사람들, 나와 마찬가지로 억압받는 이들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거지와 마주치면 논리적 사고가 멈춰버린다. (p43)

 

°말을 억제하는 요인 중에서 신체적 요인을 감정적 요인으로부터 분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p178)

 

°나는 장애를 인정하기 꺼렸던 주된 이유가 장애 자체가 아니라 장애에 대한 내 태도에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거였다. 내 태도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p24)

 

°심리 치료사가 제시한 단순한 공식 사실 대 사실에 대한 감정 -, 장애를 꼭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내 태도에 대해 치료사가 제기한 질문이, 그동안 내가 느껴온 감정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겠다는 의식을 심어주었다. (p28)

 

°내 걸음걸이를 묘사할 때면 나도 모르게 어색한, 뒤뚱거리는, 구부정한, 우스꽝스러운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쓰게 된다. 내 몸에 대한 극단적인 감정이 단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편견이 덜 묻어나는 묘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언젠가 내 마음이 좀 더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면 사용하는 단어들도 똑같이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p31)

 

°나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딜 가나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멋대로 움직이는 오른손의 이점이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도 글을 썼다. (p31)

 

°그렇지만 네 결점인지 문제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도 선뜻 물어볼 수가 없어. 네가 내뿜는 분위기 때문에, 꼭 가시철조망 같아서 말이야. ‘나한테 물어보기만 했단 봐라!’ 이런 표정이거든 (p89)

 

°네 결점에 대해 입 꼭 다물고 한마디도 안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아? (p90)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저항하는 것 같았다. (p153)

 

°거의 모든 여자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아름다움을 의심하는 법을 배운다. 어떤 것이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 미디어들부터 귀가 닳도록 떠들어댄다. 여기에 가족과 친구들, 내가 몸담은 공동체가 그런 기준을 재확인시켜주는데, 그 기준이라는 것이 대개는 임의적일 뿐 아니라 성차별과 인종차별, 장애인 차별, 나이 차별 등등의 온갖 차별은 다 담고 있다. 여성인권운동을 비롯한 여러 인권 운동이 이러한 차별적인 미의 기준을 완화하는 데 어느 저옫 기여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얼굴에 가시적인 장애를 가진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외모 차별의 현실이 더욱 가혹하다. (p162~163)

 

°생긴 그대로의 나, 즉 뇌성마비 장애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을 성취하는 데 가장 좋은 길이되리라 믿는다. 적어도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어가는 데 큰 에너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p32)

 

°그렇게 해나가다 보면 엄청난 자기 발견과 해방의 순간을 맛보리라는 것을 먼저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철저히 부정하도록 세뇌당한 자신의 장애 또는 자신의 일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놀라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여러분도 알게 될 것이다. (p33)

 

°내가 남들과 다른게 여전히 신경 쓰였지만, 이제 그 다름은 내 전공과 성별로 인한 것, 장애가 아닌 성공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남들의 기피가 아닌 감탄을 샀다. (p104)

 

°나는 세상을 구하는방법으로 경제학자라는 실천력떨어지는 직업 대신 사람들과 몸소 부대끼며 일하는 사회복지사를 택하기로 마음을 굳힌 뒤였다. 그런 결심 자체가 나 자신을 괴물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바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됐다는 증거였다. (p107)

 

°더 중요한 건, 장애가 사라지기를 내가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중략)... 정상적으로 걷는 사람 천지인 이 세상에서 나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사지와 걸음걸이로 나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내 비틀린 사지를 곧게 펴려는 것은 나를 죽이겠다는 것과 같았다. (p153)

 

°내가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장애 자체가 아니라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태도에 있다는 이 깨달음도 장애인 인권 운동에 가담하면서 비로소 얻게 된 것 중 하나다. (p250)

 

°그런 차이를 그냥 흘려 넘기는 것, 우리가 서로 잘 맞도록나 자신이나 그가 변화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그가 나와 똑같이 생각하거나 느낀다고 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p256)

 

°어쩌면 결함이나 남다름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p261)

 

°내가 대단해 보이는가? ...(중략)... 내가 대단한 이유를 말해주겠다. 그건 내가 온갖 장벽, 바리케이드, 그러니까 당신들이 뭔가를 아마도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당신과 나 사이에 둘러치는 몹쓸 것들을 다 참고 견디면서 동시에 제때 집세를 내고 다크초콜릿도 음미하는 삶을 누리고 있어서다. 용기 없는 사람은 견디지 못할 삶이다. (p56~57)

 

°평생에 걸친 자기혐오에는 쉬운 해결책이 없나 보다. 서서히 치유해가는 방법 말고는. (p195)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게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행복과 슬픔, 그리고 그 양극단 사이에 속하는 갖가지 감정을 인생에서 고루 경험했다고 해서 어떤 생을 행복하다거나 어떠하다고 정의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이자 단순화라고 나는 마음 한 구석에서 믿고 있다.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라는 관념, 그것을 향한 열망, 그리고 그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고 알게 해준 찰나의 경험은 내 안에 남아있다. (p201)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는 그 거울들이 감춰져 있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를 취한다. 이를테면 내가 그린 그림이라든가 내가 쓴 글이 거울 역할을 맡아, 내 본모습과 내가 되고 싶은 모든 모습들 예술작품,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창의적인 삶, 두려움이나 지나친 판단 없이 자신을 온전히 포용할 줄 아는 여성 을 비춰준다. (p203)

 

°가끔은 다른 장애 여성들의 몸을 보고 있으면 내가 세상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일까하는 끔찍한 두려움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나는 이틀이 멀다 하고 마주치는, 혐오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낯선 이들의 시선으로 갑자기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고, 당장 그곳에서 도망치거나 아니면 그들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p312)

 

°나는 거울을 통해 장애로 인한 나의 남다른 점들을 직시하는 것이 유난히 힘들다. 그런데 베티라는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편안해졌다. 똑똑하고, 재미있고, 별나고, 창의력도 넘치는데다 나를 좋아해주고 좋게 평가해주는 사람이라서 그 거울이 더 친절하고 덜 차갑게 느껴졌나 보다. (p320)

 

°그녀는 장애가 있지만, 하자 없는 온전한 사람이다. (p222)

 

°자기 자신을 참아내는 것에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게 되기까지는 아주 먼 길이고, 나는 아직까지 목표 지점에 다다르지 못했다. 하지만 베티의 존재는 내가 현실 부정과 자기혐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적 한 발을 떼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p322)

 

°“전에는 남의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거부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어. 근데 지금은 필요한 도움을 정확히 요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 (p327)

 

°첫 만남 때 나는 보비에게, 언어장애 때문에 입을 다물거나 말을 적게 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보비는 호탕하게 웃더니 세상 어떤 것도, 어느 누구도 자기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만약 사람들이 자기가 말할 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답답해하거나 무시하려고 한다면, 안됐지만 그건 그들 문제이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아, 그 말이 얼마나 통쾌하던지. 보비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p328)

 

°목표는 그 아이들이 장애가 있는 자신을 좀 더 편안히 여기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서, ‘정상인처럼 되기 위해 자신의 그런 부분을 부정하거나 감추려 들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p340)

 

°타인에 의해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것과 스스로 자신을 장애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p341)

 

°침묵하고 있으면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다. (p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