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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11일][9월10일] 지출과 가치사이

 

지출과 가치사이

 

 

충북지역 임대아파트 공고 현황, 하와이 호텔 예약페이지. 업무 외적으로 열어놓은 페이지들이다. 하나 끝내고 그 다음, 또 그 다음이 안된다. 부산함과 정신없음 그 중간쯤.

 

내년에 회사가 사무실로 이전한다.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집을 팔지, 충북에 집을 살지, 서울 집을 전세로 줄지, 월세로 줄지, 충북 아파트에 세들어 살지, 오피스텔에 살지, 친정으로 들어갈지, 원거리 출퇴근을 할지, 통근버스는 있는지, 차로 다녀야하는지, 그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머리가 깨질지경이다. 결혼할 때 무리해서 마련한 아파트는 높은 금리의 이자와 함께 우리에게 유주택자라는 타이틀을 줬다. 이 타이틀은 집있어 좋겠다는 부러움을 사지만, 대출금의 압박도 선사한다. 피싱으로 돈이 빠져 나갈땐 그렇게 둔하던 은행이 대출금 알림은 단 하루도 늦지 않고 보내온다. 게다가 유주택자가 되버린 우리는 임대아파트에 지원할 수 조차 없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충북내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는데, 근저당 잡혀있는 우리집을 세 놓을 수 있을까. 그 돈으로 충북에 임대가 아닌 그냥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들로 머리가 어지럽다.

 

하와이 호텔들을 살펴보고 있다. 3주 후에 갈 하와이 여행! 결혼해서 세 번째 맞이하는 이번 추석, 나는 전 부치기 대신 하와이를 선택했다(시댁은 그 전 주에 다녀온다) 명절 당일에 꼭 시댁에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견충돌은 지난 구정때 이미 경험했다. 그때 1차 전쟁(?)이후 시댁에서는 마음을 놓으셨는지 매번 갈비며 나물 등의 준비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마저도 없다. (기-승-전-시댁으로 빠질까봐 이쯤에서 마무리) 문제는 하와이 호텔 가격이다. 카드할인, 프로모션 코드할인으로 야무지게 예약했는데 오늘 우연히 들어간 호텔예약 페이지에는 그보다 더 저렴한 금액의 호텔들이 늘어서있었다. 재예약과 예약 취소, 취소금 환불, 그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예약취소 후 재예약하게 되면 아낄 수 있는 몇 만원을 두고 갈팡질팡, 이럴거면서 몇 백짜리 하와이 항공권은 어떻게 끊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시댁에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했는데, 고기라도 만들어가자고 신랑이 마트에서 덥석 사버린 7만원짜리 소갈비가 신경쓰인다. 소갈비 안사고 그 돈으로 호텔 등급이나 높였으면 좋겠다는 못된 마음.

 

부산함과 정신없음이 티나지 않게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할 것들 때문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모두 돈 때문이다. 서울 집 가격, 대출금, 충북에 마련할 집에 대한 돈, 여행에서 쓸 돈, 호텔예약에 필요한 돈, 예약취소로 발생하는 돈, 시댁에 가져갈 갈비에 들어간 돈, 갈비양념에 들 돈, 시부모님 용돈으로 드릴 돈, 친정에 드릴 돈,,, . 무엇하나 진심을 다하지 못하고 돈의 쓰임과 그 가치를 재는 내가 지겹다.

 

(원고지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