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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13일][9월12일] 토지읽기

 

토지읽기

 

주연과 조연이 구분 없는 소설이다. 이 책을 내가 어찌하여 지금까지 안 읽고 있었을까. 무심하게 지나간 시간들을 탓할 정도의 흡입력이다. 1권에서는 최참판댁과 그 마을의 다른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인물들을 모두 동등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설명하는 것은 아마도 이들이 모든 형태의 에 주인이 되기 때문이리라.

 

가장 인상적인 관계는 강청댁-용이-월선 세 명의 관계다. 용이라는 인물을 두고 한 사람은 부인으로, 또 한 사람은 첫 사랑으로 그의 주변에 머문다. 강청댁이 용이에게 현실적인 가정이라면 월선은 고향의 안식처와 같다. 강청댁의 억척스러움으로 그녀에 대해 비난하는 독자들도 많지만 나는 그녀에게 마음이 쓰인다. 내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건, 성인(聖人)이라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터.

 

월선은 용이를 사랑했지만,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이와 맺어지지 못했다. 반 병신인 할아버지에게 팔려가다시피 했지만 결국 행복한 삶을 꾸리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다시 용이 곁에서 그를 그리워하고 애닯아한다.

 

소설 <토지>는 오색찬란 무지개인 인간사를 다양하게 담은 책으로 유명하다. 이제 11부를 읽었을 뿐인데, 그 몰입감과 여운에 다른 책에 쉬이 손이 가질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라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닿아 다행이다. 올 하반기는 토지 읽기로 조금은 더 풍족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원고지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