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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10일][9월9일] 정답과 오답

 

정답과 오답

 

 

그 나이 때 나는 내가 병신이라고 생각하기는커녕 내가 다른 아이들과 그리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움직임이 좀 어정쩡하다는 건 알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그게 이상한 줄도 몰랐다. (p37)‘라고 해릴린 루소는 말한다. 자신의 불편함을 알았지만 이상한 줄은 몰랐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물었단다. 넌 뭐가 잘못되서 그런거니?

 

잘못의 사전적 정의는 잘하지 못하여 그릇되게 한 일이다. 그녀에게 뭐가 잘못 됐냐 묻는 건, 어떤 과오가 현재에 로 나타났다는 말인가. 지난 주 인공지능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어른들 사이에 인간의 자체적 몰락을 우려하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이 질문을 하자 강연자는 참 똑똑한 친구라 말했고 모든 청중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청중들은 그 아이를 두고 과거에 어떤 일을 잘해서 저렇게 똑똑할까라고, 과거의 사건으로 소년의 현재를 이해했을까? 짐작컨대 부모가 공부를 참 잘 시켰다느니, 배운 집 아이라느니 등의 생각을 했을 게다.

 

보이지 않는, 하지만 너무 명확한 정답과 오답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분명 학습이 됐을 테니까. 그래서 해릴린의 불편함은 오답으로 소년의 질문은 정답으로 보는 것 아닐까. 보고서를 쓸 때마다 보고 받을 사람이 뭘 알고싶은지에 맞춰서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알고 싶은 걸 정확하게 말하라이다. 그들은 말은 안할 때가 더 많고. 나는 무슨 독심술을 부려서 보고받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봐야 한다. 그래서 정답이라고 판단되는 모범답안을 써 가면, 이건 아니란다. 결국 정답과 오답의 기준은 자기 좋을데로인가보다.

 

(원고지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