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15일][9월14일] 마음의 병, 몸의 병

마음의 병, 몸의 병

 

 

집에 가는 길, 도서관에 들려 책을 반납하고 가자는 데 신랑이 단칼에 싫다고 말한다. 기왕 차타고 가는 거 조금 우회하더라도 도서관에 잠깐 들르면 될 텐데. 갈 수 없는 이유는 그곳이 막히기 때문이란다.

 

가자. 안돼.

 

단 두 마디에 우리의 대화는 마지막 빽 지른 나의 화로 끝났다. 진짜 너무하네. 힐난하듯 내뱉었다. 거짓말처럼 그 때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열이 나고 콧물이 흐르고 차 안에서 식은 땀을 흘리더니 집에 와서는 급기야 토악질을 시작했다.

 

두리번 두리번 전전긍긍하는 신랑이 이불을 덮어주고 물을 떠다주고 땀을 닦아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신이 없는 와중에 니가 속썪이니까 아프잖아안해도 될 말을 던지고 만다. 농담하는 거 보니까 아픈 거 다 나았네 한다.

 

서러움이 몸을 갉아먹는다. 마음의 병이 곧 몸의 병으로 이어지는 그 연결고리, 그건 인력으로, 강한 이성으로도 막을 도리가 없다. 문제는 서러움을 비롯한 감정들이 너무 자주 나를 찾아온다는 데 있다. 식은 땀 흘리며 어지러운 와중에 이걸 글로 쓰면 참 좋겠다 싶다. 나도 참 징하다.

 

(원고지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