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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18일][9월17일] 지난한 마음알기

 

 

지난한 마음알기

 

 

분노 조절 장애가 있나. 틈만 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오늘 오전, 내 뒤를 지나가는 팀장님의 눈길이 느껴졌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나에게 조치하라고 해서, 나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다시 전달했고,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옆 팀 담당자에게 이야기했다. 둘 다 알겠노라 했으나 결국 이틀이 지난 오늘까지 그 일은 처리되지 않았다.

 

팀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협력업체 직원에게 갔다. 왜 아직 안했죠? 그쪽에다 말했나요? (그건 제가 처리하는 게 아니라서...) 그걸 몰라서 제가 지금 말하나요? 오늘 오전 중으로 처리하시죠. 옆 팀에 다시 가서 말했다. 해당 업체에 전화를 한 번 걸어서 조치시키시죠. (그걸 왜 우리가 해야 하죠?) 그건 그 팀 사정이고, 하루라도 빨리 조치시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양 쪽에 화를 내고 자리에 앉았다. 십분 정도 지나 답이 온다. 전문 개발자가 처리해야하므로 차주 수요일까지 조치하겠노라고.

 

두 번째 일은, 옆 자리 신입이 관련. 후배로서 잘 키워보고 싶어 멘토를 자처했다. 문제는 내 그늘에 가려 자신이 능동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여 하반기 업무 조정 때 팀장님은 내 업무 중 몇 개를 신입에게 넘겼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계획해서, 행하기가 안됐다.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면 구멍이 너무 많아서 손을 봐야했고 그 일은 결국 다시 나한테 떨어졌다. 신입에게서 튕겨 나오는 것을 막으려고 일을 줄 때 그 일을 처리할 때 무엇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일러주면, 신입은 내 말을 그... 암기했다. 암기해서 그 대사를 그대로 팀장님께 읊었고, 협력부서에 던졌다. 그러하니 추가 질문이나 예상 밖의 커멘트가 나오면 당황해 그 일은 망치거나 추진이 안되거나로 끝났다.

 

나는 왜 화를 내는 걸까. ‘타인의 행위결과가 내게 영향을 준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너와 나의 업무가 명확한 직장에서, 시작과 끝맺음이 되지 않아 영향을 준다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는 뜻. 이에 착안한 마음가짐이다. 너와 나의 구분이 인간적이지 못하고 질척이지만 끈끈한 유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록 삶의 현장이더라도, 긍정적인 사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난 그래도 이런 점이 싫다.

 

직장. 직장이 아니고 공부하는 모임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그래도 내가 화가 났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공부모임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나는 상대방에게 기분을 설명했을 듯. 너의 행동이 내게 영향을 미쳤고 하여 나는 억울하다고 입장 표명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아마추어스러운 일이니까. 프로답게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는, 내 감정을 유치하게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결론은 마음이다. 장소가 직장이든 집이든 공부모임이든, 관계자가 협력업체든 자사직원이든 학인이든, 결국 사람과 사람의 문제이거늘, 장소의 프레임으로 같은 문제도 다르게 해석하는 거였다. 내 마음은 어쩜 이렇게 장소에 맞춰 사고하는 기작을 발달시킨 걸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더니, 누구보다 내 마음 알기가 제일 지난하구나.

 

(원고지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