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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20일][9월18일] 그녀에 대해(2탄)

 

그녀에 대해(2)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내가 책을 주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고 그녀가 손을 들었다. 헌데 그러는 사이 헌책을 이용해 북카페를 운영하시는 한 지인이 헌책을 모두 매입하시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책을 빌려준 후, 다음에 만날 때 반납하라고 했다. 알겠노라고 대답하고 끝났다.

 

책을 받게 된 날의 일이다. 책을 누구한테 빌려주는 거야? 아니, 파는거야. 나한테 준댔잖아! 아닌데? 책 주던 날 다음에 반납하라고 했잖아. 반납하라고 했지 다시 달라는 말은 안했잖아. 따지고 드는 말투에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에게 내 스케줄을 다 말해야 하느냐, 내 책 내가 가져가겠다는 데 뭘 이렇게 따지고 드느냐, 맞대응하려다 언니니까 참자 싶었다.

 

피날레는 이모로부터였다. 집에 가려고 짐을 싸는 와중에, 그녀가 책을 내 앞으로 내밀었고 이모는 이를 보고 보라고 줬던 책을 왜 다시 뺏냐고 했다. 이모가 이러니 쟤가 저러는 거 아니냐 싶었지만 이것도 참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모는 물론 딸의 말을 믿었기에 그런거라지만 얼굴에 대고 아무말도 못할거면서 어디서 버릇없게 따지고 드는 지, 사촌동생이 만약 회사에서 만난 후배였다면 정말 곱게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우리 집에 놀러와서 감자와 당근을 가져간 일이 있었다. 당근 반찬이 너무 많아 미안하다며 하는 소리에 그녀가 말했다. 그럼 좀 싸달라고. 못 싸줄 것도 없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너 많으면 좀 내놔라 하는 것 같아서.

 

일련의 행동들을 되짚어 보면 그녀에게는 욕심이 들어차 있는 것 같다. 근원은 지방에서 살면서 못 가졌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아버지로부터 물리적 학대가 계속됐다는 상처가, 자신이 보란 듯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자격지심이 아닐까. 나는 그녀가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고민을 들은 신랑이 이런 말을 한다. 어른에 대한 잘못된 태도는 당시에 얘기할 필요가 있고, 욕심이나 취업에 대한 자세는 본인이 부딪혀봐야만 알거라고.

 

머릿속에 여러 가지 선택지가 지나간다. 첫째, 그녀를 불러 말한다. 둘째, 이모에게 말한다. 셋째, 그녀에게 메일로 말한다. 어떤 얘기를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구상중이다. 첫째, 욕심에 대해 말한다. 둘째, 취업에 대한 태도에 대해 말한다. 셋째, 둘다에 대해 말한다. 넷째, 집안을 전체 얘기한다.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둘까도 싶다. 마지막 선택지가 있다. 신경 끈다.

 

 

(원고지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