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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22일][9월20일] 엄마

 

엄마

 

 

엄마와 데이트를 했다. 전해줄 것이 있다는 핑계로 엄마를 따로 만났다. 시댁, 회사일, 지방이전 등등 매번 했지만 또 해도 아쉽지 않은 엄마와의 대화. 엄마는 요즘 자전거를 타고 계신다. 오빠와 내가 결혼 전 몇 번 자전거 교육을 시켜드렸다. 교수자의 열의가 부족했는지 엄마는 뒤에서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두 발 자전거를 혼자 타지 못하셨다.

 

퇴직하면 가장 먼저 하겠다고 생각했던 일이라고 하셨다. 하루에 두 시간씩 일주일에 다섯 번 자전거 교습에 나가신다. 초급반을 수료하고 중급반까지 이미 진급하셨단다. 며칠 전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자전거와 함께 구르셨다고 했다. 무릎과 어깨, 손까지 여기저기 멍 투성이었다. 괜찮다며 웃어보이시는 데 나는 왜 괜찮지가 않을까.

 

엄마는 항상 진취적이시다. 배우고 싶은 걸 끊임없이 찾아내 학원이며 학교며 가리지 않고 다니셨고 학위도 벌써 몇 개나 갖고 계신지 모르겠다. 퇴근 후 하루만 약속을 잡아도 일주일 내내 피곤해 하던 나와 대조적으로 엄마는 퇴근 후 매일매일 학원을 가셨고 친구들을 만나셨다. 그런 엄마의 에너지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뭐라도 배우러 다닐 수 있는 의욕을 불태우는 것 아닐까.

 

엄마는 지금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하고 계신다. 올해 말 퇴임식 후 엄마는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이 된다. 플로리스트 자격증이 있으니 꽃꽂이를 할까, 피부미용 자격증이 있으니 에스테틱을 할까, 미용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으니 미용실을 할까. 선택지가 너무 많은 게 문제라면 문제.

 

매일 통화하고 얘기해도 엄마만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낸다. 친구보다 편하고 남편보다 의지하게 되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 바로 엄마다. 엄마랑 살 때는 아무 생각 없던 것도 이제는 허투루 보이질 않는다. 그간 못했던 효도를 어떻게 해 나갈 수 있을까.

 

(원고지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