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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17일][9월16일] OO씨에게

 

OO씨에게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추석이 얼마 안 남았고, 주말이면 시댁에 가야하고, 화요일에 글쓰기 수업에서 언쟁을 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는 와중에 오늘 아침 유책임으로부터 OO씨 할아버님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자연스럽고도 기계적인 반응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올 초에 있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문득 생각났고요.

 

추웠습니다. 가을축제와 코스마스가 어우러지는 지금과 달리 칼바람이 가득한 2월이었으니까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연달아 가시면서, 죽음이 무엇인지, 삶에 왜 끝이 있어야 하는지, 무엇보다도 조부모님의 죽음 앞에 선 엄마의 무력감을 절감했습니다. 저 역시 외손녀로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었습니다. 얼굴도 낯선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지인들, 그분들께 인사하고 신발을 정리하고 음식을 내어가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요. 정신없이 몸을 쓰다 엄마를 찾아보면, 친구들과 웃으며 얘기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또 일을 하다 엄마를 보면 구석에서 눈물을 훔치고 계셨어요. 오락가락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또 딸로서의 제 무력감을 탓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칼바람을 뚫고 코스모스를 맞이하는 가을이 되니 엄마는 제법 활기를 찾으셨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올곧이 저와 오빠에게 쏟으면서 말이죠. 하여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답니다. 엄마에게 잘해야지, 말보다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애써야지. 어쩌면 회사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가족을 이뤄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는 것이 그런 부족했던 자신을 채우는 길이 아닐까 싶네요.

 

OO씨는 어리지만 저보다 의젓하고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부모님 모습 보면서 마음을 너무 쓰지는 않을까, 맏딸로서 내색도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 몇 자 적어봤습니다.(내 오지랖일 수도 있고!) 할아버님 고이 보내드리고, 부모님께 힘이 되는, 그런 시간 보내고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