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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

[142일][10월16일] 사유란 사유란 사유가 없다. 내가 쓴 글 안에 독자적인 해석이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사유가 없음’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네이버 사전에서 ‘사유’란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철학적으로는)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글에서 써놓은 일들을 ‘생각 없이’ 썼는가에 물음이 닫는다. 반대로, 사유가 있다고 일컬어지는 경우는 다소 진지하면서, 보통(양적으로)의 생각을 벗어날 때를 말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통념. (남녀차이, 페미니즘, 구시대적 사고방식 등을 떠나) 많이 진보화 됐다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가사노동에 대한 여성 부담이 크다. ‘왜 여성이 집안일을 해야 하죠? 남자가 할 수도 있는 거죠.’라고 하는 의.. 더보기
[141일][10월15일] 도서판 ‘지니어스’ 도서판 ‘지니어스’ 어린이 도서 대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관련된 책이 있다. 바로 이다. 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탓에 어린아이들과 즐겨 놀았던 루이스 캐럴이,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로 들려줬던 내용을 편집한 책이다. 그렇다면 은 어떤 책일까. ‘추리’라는 단어로 우리는 어느 정도 짐작가능하다. 하지만 책을 펴 첫 번째 게임에 실제로 도전해보자. ‘과자 열 개가 다섯 개씩 두 줄로 나란히 바닥에 놓여있다. 과자 위치를 재배치해 다섯줄로 만드는 데 한 줄당 네 개의 과자가 들어가야 한다. 단, 현재의 위치에서 과자는 네 개만 이동시킬 수 있다.’ 성냥개비, 샤프심, 연필 등을 이용해 직접 자리를 옮겨보거나 또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서 따지며 답을 헤아려보자. 이 책은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 더보기
[140일][10월15일] 서평보다 품어야 하는 책 <정희진처럼 읽기> 서평보다 품어야 하는 책 책을 읽으면 으레 서평을 쓰려 했다. 그게 독서의 종착지인양. 를 읽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리뷰(혹은 서평)을 쓰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싶다. 하여 '읽은(혹은 읽고 있는) 책' 메뉴를 만들려한다. 이 책으로 서평을 쓰기엔, 객관적 시각에서 평론을 하기엔, 내 깜냥이 부족하다 절감한다. 특히, 파뇽의 사상을 언급하며 그가 상담했던 알제리 고문을 담당하는 프랑스 경찰의 사례 - 직장을 잃지 않으면서 죄책감 없이 고문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 가 그렇다. 작가가 지적하는 인간상이, 프랑스 경찰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던가. 사회에 격변을 일으킬만한 사고를 하면서, 사회경제적 일정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그 사고를 행하지 않는 자. 저자의 문장 하나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진.. 더보기
[139일][10월14일] 변화의 앞에서 변화의 앞에서 전쟁 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생은 전쟁이라더니, 그간의 안일함에 익숙해졌는지 여러 변화 속 꿈틀거리는 내가 파닥거리는 생선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하루의 8시간. 현재 내 시간을 온전히 쏟아내는 회사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주 맥락은 사사로운 것일 수도 있는 - 누가 어떤 팀을 원하고, 각 팀에서는 어떤 사람을 원하고, 누구는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자리로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등 – 것에 대한 거다. 회사라면 모름지기, 일을 꾸려 어떻게 하면 국익을, 하다못해 개인의 성취감이라도 높일까 골몰하는 게 맞을 진데, 이도저도 아닌 그저 ‘어디로’의 목적지에 대한 설왕설래만 오가고 있다. 파닥거리는 생선이 물기 없는 육지에서 살고자 버둥거린다. 살아있다는 증거일까, 의미 없.. 더보기
Real me 사랑해 마지않던 프로그램 가 막을 내렸다. 힙합, 랩, 언더 문화 등에 대해 알게 됐고 더 나아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자들의 마음가짐 등을 배우게 됐다. 악마의 편집이었다고 하지만 각 랩퍼들은 자신만의 특성을 랩으로 잘 보여줬다. 헤이즈, 키디비, 유빈, 수아, 효린, 트루디, 예지, 그 중에서 잔상이 제일 오래 남는 사람은 효린이다. 사실 나는 효린을 좋아하지 않았다. 선정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게 여성에 대한 지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느낌을 갖게 했고, 털털함이라는 장막을 입은 무던함은 감정의 세밀함을 음악적으로 풀어야 하는 가수와 어울리지 않는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프로에서 노력했다. 첫 회에서 낙오자가 됐지만 파이널 무대에 오르는 승자이기도 했다... 더보기
충만함 오늘은 서울 출장이다. 진천살이 일주일 만에 출장이라. 꽤 괜찮아 보이는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다. 신선하고 구미가 당겨 온전히 그 책에 내 시간을 내어주고 싶다. 요즘의 매일이 이런 기분. 그저께는 전화를 돌리고 어제는 결재를 맡았다. 매번 하던 것들도 새로운 곳에서 하면 처음하는 것과 매한가지.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회의실에는 나 뿐이다. 내 세상인 것 같은 충만함의 정체는 도대체 무언가. 이런 순간들오 채울 수 있는 것도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리라. 더보기
끝자락 올곳이 집에 있었던 일요일이다. 2분여 남은, 보내버리기 아까운 주말 끝자락. 이번 주말에는 많은 '할 일'들을 처리했다. 집을 찾아봤고 어렵사리 계약을 했다. 비싸게 내놓으려는 임대인과 싸게 얻으려는 임차인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며 2주전 임대인이었던 난 임차인으로 임했다. 부모님 집에 살줄만 알았지 집을 어떻게 알아보는지도 몰랐던 내가 집 주인과 협상도 하다니 참 많이 컸다(?) 싶다. 내일이면 새로운 팀에서의 두번째 주가 시작한다. 무슨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까. 기대가 된다. 더보기
나는 살아있다. 진천살이 중이다. 서울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한지 30여년, 아버지 고향 경상도, 신랑 고향 경상도만 알았지 충청도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리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진천행. 그래도 다른 이들의 생각만큼 참담(?)한건 아니다. 아직 아이가 없고 신랑과 같은 회사를 다닌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맞벌이로 지방에 산다면 저축도 많이할 수 있을 테니까. 일장일단. 몇개의 장점과 단점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는 아침마다 진천행 버스에 몸을 싣고 있다. 신랑과 눈맞춤할 시간이 줄어 아쉽지만 생각했던것 보다 고단치 않다. 고민거리는 다른 데 있다. 첫째는 외국어, 둘째는 독서와 글쓰기, 마지막은 집이다. 해외업무를 맡게 됐다. 외국으로 기업을 진출시키는 일을 하게 되면서 영어를 비롯한 각종.. 더보기
그와 나 딸깍. 테이블에 혼자 앉아 꼬칼콘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신랑이 보인다. 왜소한 몸이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온다. 활처럼 구부정하게 앉은 남편. 오늘 하루도 고단했구나. 매일 아침 눈 뜨고 침대에 머리를 대기까지 우리는 온종일 붙어 있었다. 한 차로 출근해 한 공간에서 눈을 마주치며 일하고 같이 간식을 챙겨먹고 또 같이 퇴근해 곧장 집으로, 혹은 같이 외식을 했다. 나의 진턴행으로 우리의 생활패턴이 바뀌었다. 내가 5시에 알람 소리에 반자동으로 몸을 일으켜세우고 그는 8시경 침대에서 기어나온다. 그리고 난 진천으로, 그는 서울에 남는다. 그 후 우리가 만나기까지는 열두시간 넘는 간극이 발생한다. 더보기
어제는 이랬다. 어제 하루는 진부하지만, 쏜살같이 지나갔다. 새로운 팀에서의 첫인사는 외국어로 시작했고 드센 여자들이 바글바글했지..만! 난 여성동지들과의 교류에 강하므로 정신은 붙들어메자 싶다. 글쓰기와 책읽기에 손대지 못한 지 어느 덧 이주 가까이 되간다. 말랑말랑한 두뇌와 영민한 판단력을 유머러스한 태도로 보여주자 싶지만.. 말이 쉽고ㅋㅋ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