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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일][11월18일] 아무것도 아닌 일 아무것도 아닌 일 오늘은 뭔가 굉장히 나답지 않은 날이다. 사람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쓰고 드러나지 않는 행동에 나름의 나쁜 의미를 부여해 또 혼자 가슴앓이를 하고 시간을 놓여 집에 안 들어가고 회사에 남았다. 남의 옷을 입고 남의 집에 남처럼 나를 내버려 두었다. 헛헛하다. 사랑에 가득찼다 자부했는데 굶주렸고 갈구하고 있다. 감추고 싶은 내 모습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들킨 것 같아 속이 상하기까지 하다. 내일은 목요일이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그 날 나를 달래야 한다.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원고지 2.6장) 더보기
[145일][11월16일] 홍제동 우리집 홍제동 우리집 내리막길 스무걸음 걷다보면 왼쪽에 공방, 오른쪽에 세탁소, 세탁소를 지나 30m 정도 걸으면 새벽기도 하고 나오시는 분들이 있는 교회, 교회를 우측에 두고 직진으로 50m 정도 걷다보면 좌측에 세븐일레븐, 그 앞으로 쭉 걸으면 마을버스 정류장. 출근길 어스름에 보이는 우리 동네 모습이다. 2년 가까이 살아온 이 동네를 이렇게 지날 일도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았구나. ‘그 집 한번 가봐. 엄마 친구가 아들 집으로 알아보던 집인데, 그 아들은 더 높은 층 집으로 했대.’ 결혼을 준비하던 2013년 겨울, 신랑과 나는 집을 알아보는 데 혈안이 돼있었다. 매 주말, 서울과 경기일대를 휘젓고 다녔다. 자금에 맞추자니 집이 마음에 안들고, 집에 돈을 맞추기에는 빚이 너무 커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더보기
영화 <007 스펙터(Spectre, 2015)> 흔한영화 띠랏띠라~ 띠라라~♬ 모든 이에게 이 음계 하나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는 영화라는 점, 고리타분한 내용 전개에도 시리즈가 대부분 흥행했다는 점, 많은 액션애호가들의 사랑을 놓치지 않는 다는 점, 이런 특징들에 이끌려 나는 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제임스 본드 요원이 있다. 진정 '다이 하드(die hard)'라 명명해야 할 것 같은, 남부럽지 않은 생명력을 자랑하는 그가, 자신의 직장 - MI6 - 를 지키기 위해 갖은 고투를 겪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여느 시리즈가 그렇듯 아름다운 여성들이 등장하고, 그녀들은 쉽사리 본드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는 그녀를 지키는 동시에 자신의 직업적 본분을 다해, 직장을, 나라를, 세계를 안전하게 유지시킨다. 한 여성이 나온다. 의 미녀로 얼굴을 알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