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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은교> 詩와 愛와 美



은교 (2012)

Eungyo 
7.1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정만식, 박철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29 분 | 201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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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었던 <은교>는 별을 다섯개나 달고 있다. 공손한 높임말로 적어놓은 리뷰를 다시금 읽노라니 영화 속 인물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샘솟는다. 박범신 님의 소설 <은교>를 원작으로 한 영화 <은교>, 영화를 본 후 직후의 내 감상평은 이랬다. '행간의 미가 있는, 시같은 영화 <은교>'

 

이적요, 서지우, 은교가 있다. 소설에서는 세 인물의 서로 다른 욕망이 혼재되 있던데 반해 영화에서는 잔가지를 쳐낸 느낌이다. 특히 이적요의 욕망이 그렇다. 왜 박해일? 이런 생각 많이 했다. 나이도 그렇거니와 시인의 중후함을 갖고 있지도 않다. 박해일 자신도 '미친 짓'이라고 했다지 않은가. 하지만 영화를 보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영화에서 은교를 만나기 전의 이적요는 상당히 무기력하다. 물론, 소설에서도 그렇다. 시로 명성을 날려 문학관 건립이 회자되지만 스스로는 쇠약한 몸을 지닌 노인에 불과하다. 그런 이적요가 은교를 만나면서 활력을 얻고 일필휘지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 부분이다. 박해일이 필요했던 이유. 원작소설에서 여러 장에 걸쳐 '묘사'됐던 이적요의 감정을 표현하려면 영화에서는 '젊은 시절의 이적요'가 필요했다. 그래서 박해일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몽환적 분위기에 등장한 젊은 날의 이적요는 은교에 대한 마음을 전달하기에 충분히 자극적이고 강력했다. 바로 이런 면때문에 감히 이적요를 '욕망' 관점에서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서지우는 어떨까. 스승의 글과 사람을 탐한 악랄함이 있지만 소설에서의 서지우에게는 안타까움이 컸다. 스승에게 배신당한 인간적 상처는 올곳이 내 마음을 찢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서지우에게는 마음이 전~혀 쓰이지 않았다. '어떻게 선생님이 내게,,,'라는 소설 속 대사가 '내가 늙은이한테 당할 것 같애,,,'로 변한 데서 오는 반감만은 아니다. 서지우가 은교를 뺏으려고 한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또, 존경을 넘어선 스승에 대한 '사랑'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혹 초반에 등장한 두 사람의 러브샷? 영화 속 서지우와 이적요는 그저 스승과 제자에 불과했다.

 

은교는 상당히 아름답다. 게다가 원작의 은교가 젖비린내나는 학생인데반해 영화 속 은교는 '외로움'을 논할 줄 아는 조숙함을 지녔다. 그래서 서지우에게 자신을 한껏 던지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바로 이 부분! 여기서는 은교의 의도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 이적요에게 '좋아요', 서지우에게 '싫어요' 했던 은교가 이적요 선생님과의 안타까운 이별 후, 급 돌아서 서지우에게 달려가는 이유. 그리고 한껏 사랑을 나누는 이유.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연륜이나 지혜가 짧아 장면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치자.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 원작의 은교는 '시'를 써 욕망의 덩어리였던 스스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 그러나 영화의 은교는 그저 사실을 알게된 후 울며 슬퍼한다. 한 마디로 밋밋하다.

 

영화 <은교>는 '詩'같다. 여백으로 느끼게한다. 사랑의 장면은 야들야들하다. 은교의 맑은 미소는 절로 웃게 만든다. 이적요, 서지우, 은교각 인물을 소설과 비교했을 때 아쉬운 점이 크지만 그래도 최근에 봤던 소설을 모티프로 한 영화 중 가장 원작에 가까웠다. 무엇보다도 참 아름답다. 그래서 박해일과 신인 여배우의 노출을 제외해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 2012년 5월 6일 21:09 



지금은 나의 신랑인 분과 봤던 영화다.

그가 나에게 고백을 한 후, 우리가 맺어지기 전, 어색한 떨림이 있을 때 봤던 영화.

지하철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

함께 봤던 영화.

나눴던 저녁.

긴장된 헤어짐.

그 날.

그 때를 떠올리게 한다.


- 2014년 9월 6일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