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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화차(Helpless, 2012)> 행복해질 수 없는 자의 선택



화차 (2012)

Helpless 
7.9
감독
변영주
출연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송하윤, 최덕문
정보
미스터리 | 한국 | 117 분 | 2012-03-08
글쓴이 평점  



'원작 : 미야베 미유키' 그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떨렸다. 500페이지가 넘는 <모방범>시리즈를 단숨에 읽어버렸을 때, 난 그녀의 책에 매료되었다. 이번에는 화차였다. '전생의 행적에 따라 불수레로 이끈다'는 화차, 제목에서부터 미미여사의 치밀면서도 끈적끈적한 시각이 느껴졌다. 세키네 쇼코의 정체를 밝혀가는 내용을 담은 화차는 '도구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쓰이는 지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사람은 욕망이라는 불길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잡아먹는 벌레와 다름없지 않을까. 사족을 달자면 영화 <화차> 는 원작소설 <화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경선(김민희)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극단적이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방법'은 사회의 문맥에서 '약자'로 규정된 자의 막다른 선택이었다. 그래서 호두엄마로의 환골탈태를 노리던 마지막 선택도 관객들에게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읊조리지 않던가.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행복(幸福)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라고 정의된 행복은 호두엄마이고 싶었던, 한 때 선영이었던, 경선에게는 이상향에 불과했다. 돈이라는 자본과 신용불량자를 매장시키는 사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불행은 '마음'이 만들어낸 기운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지 않던가. '긍정의 힘을 믿어라', '우주에 신호를 보내라', '생각하는데로 이루어지리라' 하지만  사회라는 유리병 안에 갖힌 미물-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있는 가능성이 있기는 한걸까. 그러기엔 우리를 옭아메는 인식과 환경들이 너무 거대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관람 후 두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 리뷰를 쓰려니 글이 산으로 간다. 그래서 또 비겁하게 결론부터 말해야겠다. 영화 <화차>는 소설 <화차>의 디테일과 등장인물을 대거 생략했다. 하지만 소설이 열린결말에 반해 영화는 새드엔딩을 보여주며 메세지를 명확히 전달한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세상과 나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화차>였다.


- 2012년 4월 16일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