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해무(海霧), 2014> 회색빛 인간세상



해무 (2014)

6.7
감독
심성보
출연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문성근, 김상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111 분 | 2014-08-13



전진호가 있다. 전진호에는 선장 철주를 비롯한 5명의 선원이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바람과 파도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이겨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곤궁한 생활 속에 선장 철주는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태우는 겠다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전진호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해무 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된다.

영화 시작 전, 심성보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모든 사람들의 면면을 대변할 것이다."라고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자 그 말의 의미가 조금 와닿았다. 아마도 감독은 '세상'을 '바다위의 전진호'로, 수백만의 '사람들'을 '전진호 선원'으로 함축하고자 했으리라. 그만큼 영화 속 인물들의 성격은 명확하다. 

철주(김윤석)는 돈, 명예 등 본인의 목적하는 바 - 전진호를 지키기 - 를 위해 주변을 살피지않는 리더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선원들의 동의없이 사람을 태우겠다는 선택을 했고, 벌어진 일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결정한 사항도 독단적이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독불장군식으로 결정하고 집행했다. 결국 구성원들의 갈등을 유발하고 사건을 더 크게 만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러한 철주는 본인이 애증하던 전진호와 함께 가라앉음으로써 동료의식을 외면한 리더의 처절한 최후를 보여준다.

동식(박유천)은 초짜 뱃사람으로 홍매를 끝까지 지켜주고자 한다. 이러한 동식은 젊은이들의 철없는 사랑을 대변하는 듯 하다. 동식이 홍매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철없는' 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영화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이 부분 아닐까. 그래서 감독은 "얘(홍매)가 뭐라고 이러냐?" 라는 철주의 동식에 대한 대사를 넣어야만 했을 것이다. 본인도 이해할 수 없었을 테니까.

창욱(이희준)과 경구(유승목)는 욕망의 분출자이며 가장 평면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만 본다. 그 뿐이다. 경구가 뭍에서도 여자와 뒹굴 장소를 찾는 것으로 보아 성에 집착한다는 것은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창욱은 그저 관계를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여자를 찾는다. 진정 창욱이 우리네 세상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일까? 창욱의 모습은 <한공주>의 학생들을 떠오르게 한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사실이라면,,,호신술을 모든 여학생들의 의무 교육 과정으로 해야 한다.    

기관장은 유일하게 입체적인 인물이다. 뭍에서는 배에 숨어서 지낸다. 배에서는 누군가의 물건들을 중히 다룰 줄 아는 친절함을 보인다.  타인 대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가장 극단적이면서 가장 인간적인 인물이라고 본다. 좋게말하면 인간성을 지닌, 그러나 다중인격이라고고 해석할 수 있는 인물이다.
 
회색의 영화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봉준호 기획'으로 이슈가 됐기 때문일까. 봉감독의 느낌이 여러 군데에서 보인다.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표현한 것. 주연급 등장인물들을 다수 출연 시키고 그 와중에 주연과 조연을 분량으로 명확히 나눠놓은 것(괴물에서 처럼). 무채색의 장면이 지배적인 것 등이 그러하다. 유쾌하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동행인은 어려운 영화라고 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나 내게는 힘든 영화였다. 진짜 저런 사람들이 우리 삶, 내 주변에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 2014년 8월 13일 01:30 
<해무> 시사회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