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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도가니> 그들의 소리없는 울부짖음을 기억하라!



도가니 (2011)

9.5
감독
황동혁
출연
공유, 정유미, 김현수, 정인서, 백승환
정보
드라마 | 한국 | 125 분 | 2011-09-22
글쓴이 평점  



"무서워서 밤새 울었어."

"그 사람들이 믿는 하느님과 내가 믿는 하느님은 분명 다른 분일거야."

"이게 정말 실화야?"

 

[도가니]를 보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내게 날아온 지인들의 감상평이었다. 소설 <도가니>를 읽었던 때를 돌아봤다. '그 때, 나도 울분에 찼었지...' 남 얘기라 치부된 일은 쉽게 잊어버리는 얄팍한 세상살이처럼, 무심하게도, 내 마음은 영화를 보고나서야 그 감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인호가 무진으로 가는 길에 깊은 눈망울의 사슴을 치게 된다. 그리고 민수 동생 영수는 기찻길에서 목숨을 잃는다. 안개가 가득한 무진의 자애학교에는 연두, 민수, 유리를 비롯한 청각장애아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자애학교에 새로 부임해 온 인호의 인사에 백색의 가면으로 대답한다. 어느 날, 인호는 유리의 손에 이끌려 자애학교의 '학습' 현장을 목격한다. 그 곳에는 돌아가는 세탁기 안에 얼굴을 처박힌 연두가 있었다. 자애학교에서 아이들은 유린당하고 있었고 사회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안돼" "하지마" 민수가 박보현 선생에게 맞을 때 영화관은 소란스러웠다. 유리와 연두가 증언을 할 때 여자들은 치를 떨었다. 민수가 합의 사실을 알고 울부짖을 땐 내 마음이 짓이겨지는 것 같았다. 속이 메스껍다.

 

인터넷과 SNS에는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다. 자애학교의 실제 장소인 광주광역시 인화학교는 홈페이지가 마비됐다고 한다. 재조사를 원하는 서명운동은 이미 3만명을 넘었다. '불편한 진실은 소설로, 이제는 영화로 제작됐다. 그들의 소리없는 울부짖음을 기억하라'는 탄원이 넘쳐나고 있다.

 

소설 <도가니>에서 서유진 간사는 이런 말을 한다. "그게 말이야. 우는 일이라는 게, 그게 장엄하게 시작해도 꼭 코푸는 일로 끝나더라고.(135p)" 영화를 보고난 후 확실한 것은 이것 뿐이었다. 인화학교의 일이 그렇게 코푸는 일처럼 되지말아야 한다는 것. 불편한 진실이 올바르게 재단될 때까지 민수의 울부짖음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용서 안했는데, 누가 용서했다고 그래요? 나랑 동생 앞에 와서 무릎꿇고 빌지도 않았는데... 누가요! 누가!"


- 2011년 10월 4일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