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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깃꽁깃 생각/오늘일기

집을 내놓다.

 

집을 내놓았다. 내 집을 가진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다. 회사 지방 이전에 맞춰 우리도 지방 이주 계획을 잡고 있다. 아마 올해 연말이면 모든 게 정리될 터. 집을 가진 기쁨이 얼마나 컸던가. 입주 후 근 육개월을 집 정리에 힘을 쏟았다. 직접 페인트 칠을 했고, 실리콘을 쏴 주방 마감처리를 하고, 침대와 냉장고만 있던 집에 어울리는 가구며 집기들을 사들였다. 결혼 준비의 연장선 상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말이면 쓸고 닦는 데 여념이 없었다. 둘이 사는 집에 뭐가 그리 지저분해서 주말마다 청소냐고 친정 엄마한테 잔소리 듣기가 일쑤였는데.. 그랬던 집을 내놓아야 한다니, 아끼던 일부를 잃는 듯한 상실감마저 든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우리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전세 물량이 워낙 없어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매일 쓸고 닦아 윤이 나도록 만들어둔 녀석이라 더 비싸게 내놓아야 했던 건 아닌가 싶다. 부동산 제시 가격만으로도 신랑과 부모님은 잘 내놓았다고 좋아하신다. 이 돈으로 우리는 지방에 집을 다시 구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여력을 떠나 나는 왜 상실감이 들까. 배 아파 낳은 내 아이를 물가에 내놓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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