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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여의도(A Friend in Need, 2010)> 소사이어티에 슈퍼맨은 없다.



여의도 (2010)

A Friend in Need 
6.7
감독
송정우
출연
김태우, 박성웅, 황수정, 고세원, 김필
정보
드라마 | 한국 | 88 분 | 2010-12-02
글쓴이 평점  



'여의도'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벚꽃 축제, 63빌딩, 한강, 여의도 공원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내게 여의도는 좀 다르다. 한 때 난 여의도에서 일 했던 적이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인 바로 그 건물에서. "수트쟁이들 사이로 예쁜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직장 그리고 된장녀 놀이를 한껏 부추겨주는 맛있는 커피가게들" 처음 여의도 발령을 받았을 때 난 이런 환상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실상 그 곳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도 결국 위액을 토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링거를 맞아가며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일했었다. 얘기가 샜다.

 

황우진은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모습을 닮았다. 그럴 듯한 직장을 다니지만 가족들을 위해 직장에서 갖은 모욕을참아내고 퇴근 후의 한 잔으로 그 속을 달랜다. 매일 그렇게 벌어대는 돈은 다 어디가는지 하루하루 생계가 걱정된다. 그런 우진에게는 힘들 때마다 나타나는 친구가 있다. 올블랙을 뽐내는 친구 정훈은 어릴 적 우진이 괴롭힘을 당할 때 빨간 망토를 하고 나타나는 '슈퍼맨'이자 '정의의 사도'였다. 우진이 친구 정훈을 떠올리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빚을 빌미로 아내가 몸을 팔게하는 조폭, 뒤통수를 치는 직장 내 후배. 결국 '죽을 만 했던' 그 둘은 죽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심리 소사이어티 스릴러'라고 한다. 우진의 반전 때문에 '심리'이고, 여의도에서 일어나니 '소사이어티'고 살인과 사건이 존재하니 '스릴러'라고 하는 듯 한다. 한참 영화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 개봉한 영화인데 제목이 낯선걸 보면 어지간히 흥행이 안된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다음 장이 짐작되는 추리 소설을 보는 듯 했다. 마지막 반전은 그럴듯 했지만. 그래서 별 2개 반!! 그리고 [여의도]를 보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황우진'같은 인물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많다는 거다. '살인'만 빼고. 그게 이 영화의 결말보다 더 슬프다. 



- 2011년 1월 8일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