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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감시자들 (Cold Eyes, 2013)> 눈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라



감시자들 (2013)

Cold Eyes 
7.7
감독
조의석, 김병서
출연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김병옥, 진경
정보
범죄, 액션 | 한국 | 119 분 | 2013-07-03
글쓴이 평점  



단서가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이를 파헤치려는 조직이 있다. 그 안의 수장과 신입. 경찰만의 무력행사권이 전혀 없는 이 조직원들은 범인들을 그저 '눈'으로만 쫓아야한다. 하여 그들을 지칭하는 말, 감시자들. 액션스릴러 장르를 충실히 따랐다는 면에서 별 네 개를 메겼다. 지금부터는 별을 하나 빼야만 했던 이유들 시작.

 

첫째, 정우성은 멋있어야만 했다? 극중 이름도 알 수 없는 정우성이 자신에게 일을 의뢰하는 인물을 치러 가는 장면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정우성은 다수의 조무래기들을 처단해야 했는데 그 장면은 흡사 <아저씨>의 아저씨이고 싶은 듯 했다. 하지만 한 손으로 적들의 경동맥을 쫙쫙 끊어가는 모습은 아저씨의 그것보다 박진감도 흡입력도 부족했다. 감독입장에서 정우성을 멋있게 만들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넣어야 했던 장면 아니었을까?  

 

둘째, 조직의 정체가 애매하다. 이 영화에는 두 조직이 나온다. 정우성에게 일을 주는 조직과 범인을 쫓는 감시자들의 조직. 황반장이 사표대신 내던지는 경찰 뱃지를 통해 감시자들이 '경찰이구나' 싶지만, 황반장의 감시반과 이실장의 분석반(?)이 속한 조직은 무엇이고, 왜 그런 일을 하는지, 또 동료를 잃고 피를 흘려가며 사건을 추적하는 와중에 '추적 all-stop'을 명령내리는 전화의 정체는 무엇인지, 끝까지 알 수가 없다. 감시자들과 범인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기위해 곁가지를 쳤다기보다 인물들의 개연성을 위해 굳이 붙여진 조건같은 느낌의 조직들이다.  

 

또 하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은 정우성의 노동력을 갈취해가는 조직이다. 정우성이 경동맥 끊기로 세상과 하직시키는 노인은 독단으로 일을 지시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오더를 내리고 결과를 보고한다. hierarchy가 명확한 어둠의 조직이구나 정도로 추측할 수 있는데, 노인의 정체를 조금 더 친절해 설명해 주는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따. 그래야 정우성에 대해 "돌아갈 곳도 없는 놈이다"라고 말하는 노인의 멘트에 베어있는 정우성과의 각별한(?) 사연을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범인이 멍때리는 장면. 영화를 함께 관람했던 지인들과 열띤 토론을 하게 만들었던 그 장면, 경찰과 범인의 지하철 추격씬이다. 허벅지를 볼펜에 찔리는 아찔함 속에서 지하철 불빛을 뒤로하고 범인이 잠시 멍~ 하는 순간이 있다. 허벅지가 아프니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했을 것이고, 앞에 적이 많은데 방아쇠를 당길까 고민도 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인질로 잡고 있는 여경찰을 쐈을 수도 있고 자신의 머리를 겨눴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경찰관들의 시선이 지하철로 넘어간 찰나의 순간에 머뭇거리며 지하철이 옆을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다. 난 사실 이 장면을 보면서 편집이 잘못 된건 아닌지 생각했다. 혹자는 대치상태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간극이라지만 내 눈에는 그저 잠시 넋을 놓은 범인일 뿐이었다. 살고자 했으면 여경찰을 쏘거나 앞의 경찰무리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했어야했고 죽고자 했으면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겼어야 했다.  

 

별을 빼야했던 이유는 여기까지다. 영화를 갈기갈기 찢은 느낌이 드는 건 나 뿐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개의 별이 달린 이유는 핫 한 날씨와 어울리는 액션스릴러이기 때문이다. 긴장을 끈을 놓지 않게 만들어주는 적절한 효과들과 액션들이 아주 시원~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 영화 <감시자들>은 시나리오의 개연성 등으로 봤을 때는 비추, 액션의 통쾌함을 느끼기에는 강추할 만한 영화다. 고로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 정우성 팬, 준호 팬에게는 강추, 하지만 한효주를 좋아하는 팬에게는 비추, 마지막으로 요즘 극장가가 심히 심심하다 싶은 커플들에게는 추천한다. 정우성이 멋있기는 하나 그닥 많이 멋있지는 않으니까. 이제 나는 한국의 또 다른 Ann과 <미스터 고>를 고대한다.


- 2013년 7월 9일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