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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최근의 영화 다섯 편


소녀들의 서로다른 성장기 2편, 액션 2편, 따뜻한 영화 1편, 최근에 봤던 영화들을 정리하자. 책과 더불어 요즘 나의 인생멘토로 자리잡은 영화들. 좋은 영화들을 보고 느끼고 쓰자고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그간 봤던 영화들 간단 리뷰 시작.

 

 

신세계

감독
박훈정
출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개봉
2012 한국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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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민식은 오랜만에 착한 역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피를 봐서 억울하다고 했다. 배우 이정재는 최민식 선배 덕분에 이 영화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걸출한 주인공들의 사연 속에는 또다른 주인공 황정민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히어로는 바로 그. 황정민의 침묵은 겸손의 표현 아니었을까. 영화 <신세계>는 조직 세계와 이를 제압하고자 하는 경찰들의 계략을 그렸다. 한 마디로 한국판 [무간도].  [비열한 거리], [범죄와의 전쟁] 계보를 이어 조폭들의 배신과 음모를 펼쳐놓고 그 위에 경찰이라는 산뜻한 양념을 쳤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별 3개. 단 우려되는 점 한 가지, 이 영화의 관람 등급은 철저히 지켜졌으면 한다. 첫 테이크부터 등장하는 암매장 방법은 미디어를 통해 범죄를 배운다는 청소년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킬지 모르니까. 


 

 

베를린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개봉
2012 대한민국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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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한국판 [무간도]라면 <베를린>은 영화판 [아이리스]다. 쟁쟁한 배우들 때문에 한껏 기대하게 되나 알맹이 없는 시나리오로 인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리뷰를 숱하게 봤다. 그러나 나는 그 리뷰들에 반대. 첫번째 이유는 류승범의 미친 연기. 형이 연출하는 영화에 좋은 - 배우들이 탐낼것 같다는 의미에서 - 악역을 맡았으니 참 편하게 촬영했겠다 싶다가도, 악랄하고 야비한 동명수를 보고있노라면 류승범이 아닌 배우는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비난 리뷰어들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 한석규. 까메오스럽지만 의외의 포인트에서 웃음을 준다. 그것도 젠틀하게. 가제트 형사를 롤모델로 삼은 듯한 그의 패션은 젠틀하지않지만.  또 "일하는 데 이유가 있냐. 내 일이니까 하는거지."라는 멘트는 공무원의 근면성실함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표종성의 절박함과 대비를 이뤄 둘의 결합이 꽤 극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세 번째 이유, 통쾌한 액션. 하정우의 풍미작렬 보다는 못하겠으나 동명수와 표종성의 대결신은 꽤 볼만하다. 한국 첩보물의 신기원을 보여주기 위한 야심의 테이크일까? 석양을 배경으로 두 명의 요원이 격하게 싸우는 장면은 오랜 잔상을 남긴다. 기대했던 전지현은 [도둑들]에서의 재기발랄함 없이 그저 예쁘다는 데서 별 하나 삭제. 그래서 이 영화 별 2개반 이다. 

 


 

남쪽으로 튀어

감독
임순례
출연
김윤석, 오연수, 김성균, 한예리
개봉
2012 대한민국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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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를 원작으로 했다.  업무와 인간관계 따위로 현실이 지긋지긋할 때 로맨스 소설을 찾는 나의 오래된 습관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영화다. 특이사항은 원작은 일본소설인데내용은 굉장히 한국적이다.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정치인들의 행태, 학벌로 취업이 좌절되는 88만원 세대, 특별함을 보여주면 특이하다 괄시하는 사회적 정서까지. 그런 면에서 정의는 살아있다는 훈훈한 결론이 꽤나 마음에 든다. 단 그 결론이 그저 영화 속 이야기에 불과했다는 깨달음은 자괴감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돈을 거하게(?)들인 영화들이 줄기차게 개봉하는 와중에 이렇게 따뜻한 영화가 상영관을 차지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최근의 영화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진실로 남쪽으로 튀고싶게 만드는 영화, 별 4개 획득.

 

 


비스트

감독
벤 제틀린
출연
쿠벤자네 왈리스, 드와이트 헨리, 레비 이스털리
개봉
2012 미국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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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화다. 닭을 잡아먹고 동물들을 키우고 불꽃놀이를 하며 축제를 즐기는 욕조섬(The BathTub) 사람들. 인간이 제압할 수 없는 가장 큰 힘이 자연이라 했던가. 오록스의 전설, 우주의 균형 등을 따르며 사는 욕조섬 사람들은 오늘날 인류와 극한의 대비를 이룬다. 그 대비는 제방을 터트릴 폭탄의 버튼을 누르는 허쉬파피의 손에서 시작해 욕조섬 사람들을 반강제적으로 가둬둔 병원을 도망치는 것으로 이어져 종국에는 오록스와 대면해 "나는 아버지를 지켜야해."라고 말하는 허쉬파피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자연의 거대함, 그 속의 섭리, 이를 따르는 인류. <비스트>라는 날것의 제목처럼, 뼈 속에 아로 새겨진 순수함을 지킬 수 있는 방벙을 제시하는 영화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최연소 후보라는 쿠벤자네 왈리스라는 소녀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별 200만개짜리 영화! 볼 수 있으면 꼭 봐야하는 영화.

 

 

스토커

감독
박찬욱
출연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니콜 키드먼
개봉
2013 미국, 영국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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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에 이은 박찬욱 표 영화가 다시 등장했다. 니콜키드먼이 함께 한 헐리웃 진출작이라는 말에 단번에 관람을 결심했다. 영상은 뮤직비디오처럼 몽환적이며 내용은 상징과 은유로 연결된다. 게다가 음악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 남다른 기질을 지닌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의 특성을 다른 면으로 개발해 주고 싶었던 그녀의 아버지,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애틋하게 사랑했던 이기적인 그녀의 어머니, 자신을 닮은 그녀의 삼촌, 메인 ost인 <Becomes the Color>는 18살 소녀의 성장에 영향을 끼친 가족들을 아주 의미심장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사를 한 줄 한 줄 읽었을 때의 그 소름이란. 시에서만 볼 줄 알았던 수미쌍관 기법이 영화에서 등장한 것을 알았을 때의 희열 또한 충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참 불편해 별을 3개 밖에 드릴 수가 없다. 인디아의 본성을 알게하는 핵심 장면에서는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 아직도 그 불쾌함이 선명하니까. 좋든 안좋든 왜 박찬욱인지 이해가되는영화다. 


 - 2013년 3월 11일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