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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피에타(Pieta, 2012)> 善과 惡의 줄타기



피에타 (2012)

Pieta 
8.6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우기홍, 강은진, 조재룡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2-09-06



'궁금한 건 참아야 한다.' '호기심은 과학 공부에만 필요하다.' '감독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면 꼭 후회하게 된다는 것, 영화 본 날 잠은 다 잤다는 것, 그의 사고는 내가 아마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것.

 

조민수가 아니면 누가 그 역을 하겠는가, 그 역은 마치 조민수를 위한 배역이었다라는 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유명 작가들 그림 설명에는, 빨간 색은 곧 '희생'이라던데, 그래서인지, 조민수는 유독 비비드한 빨간 치마에 초록 니트를 입고 등장한다. 이래도되나 싶을 정도로 똑 부러지는 화장을 하고. 스모키 아이메이크업이 낯설지 않은 이정진은, 남자의 자격에서도 보여주던, 심심한 무심함을 보여준다. 무심함 속 잔인함, 그 속 어린아이같은 여린 마음.

 

'상업적이다'라는 세간의 평이 무색하게 내게는 참으로 '비상업적'이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빨간 피덩이 무엇들'은 연신 눈을 감게했고 청계천을 상징하는 기계돌아가는 소리는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켜 귀를 막게 했다. 生으로 등장하는 닭, 토끼, 장어는 무슨 끔찍한 살인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요약해 불편했다. 황금사자상을 탔다니까 뭔가 의미를 끄집어 내야 할 것 같은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나만의 방식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엄마를 그리워하던 잔악한 사내가 사실을 깨닫고 참회한다' 그래도 조금 예술적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惡인줄 알았던 자의 여린 善, 善인줄 알았던 자의 무시무시한 惡'

 

또 김기덕 작품이 나오면 또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궁금한 건 참아야 한다.' '호기심은 과학 공부에만 필요하다.' '감독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김기덕 감독은 패션쇼 옷 같다'는 생각.

 

패션쇼 모델들이 입은 옷들을 보면 일반인들은 절대 입지 못 할 그런 스타일이 많다. 그러나 패션 관계자들은 훌륭하다며 박수 갈채를 보낸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도 그렇다. 일반인들은 절대 공감할 수 없지만(나만 그런걸까?), 영하관계자들은 극찬을 보내는. 평론가들과 같은 그런 이해력이 생겨 이런 영화의 각 테이크의 의미를 풀어낼 날이, 내게도 올까?!



- 2012년 10월 4일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