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세상/영화

영화 <50/50(2011)> 삶이 50%로 제한될 때 깨닫게 되는 100%의 진실

 


50/50 (2011)

50/50 
7.8
감독
조나단 레빈
출연
조셉 고든-레빗, 세스 로겐, 안나 켄드릭,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안젤리카 휴스턴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0 분 | 2011-11-24
글쓴이 평점  

 

 

 

<스트레스,,,직장상사> <헬프> <퍼펙트 센스> '보고싶다' 외치고 다니던 수많은 영화들을 앞에 두고 <50/50>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우리의 할인권을 사용할 수 있는 극장에서 상영 중인, 금요일 4시 즈음 볼 수 있는 영화. 고백하자면, <50/50>이란 영화가 상영 중이란 것도 예매하면서 알았다.

 

미소가 참 예쁜 아담이다. 착하고 착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건강한 아담에게 어느 날 희귀암 판정이 떨어진다. 생존확률 50%.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물음에 닿기도 전에 아담의 주변은 '암'의 존재로 인해 서서히 변해간다. 그리고 아담은 상처입고 아파하며 깨닫고 알아간다. 영화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옷 매무새를 다듬을 때까지도 '이 영화 주제가 뭐야?'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그런데 영화의 잔향에 취해 밥을 먹으며 차를 마시며 끊임없이 영화에 대해 얘기 나누면서 <50/50>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유한한 삶을 판정받은 이의 눈에 비친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가족'

 

 

"제가 곁에 있을거예요" 아담의 애인, 레이첼은 그의 부모님 앞에서 아담을 간호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한 법. 병든 아담을 곁에 두고 레이첼은 바람을 피고 급기야 아담을 떠나고 만다. 언제나 유쾌한 친구 카일은, 아담이 감내해야 하는 병과 실연의 고통을 나누지 못한다. 카일은 오로지 병을 이용해 여자를 꼬실 것만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어머니는 말을 할 수 없는 남편과 말을 하지 않는 아들을 가지셨군요" 아담의 치료사가 말한다. 아담의 어머니에게는 치매에 걸린 남편이 있다. 그리고 아들은 27살의 나이에  암에 걸린다. 평생을 치매에 걸린 남편을 간호하며 살아온 어머니에게 아들의 병은 청천벽력이지만 언제나 그랬든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아무 말 없는' 아들 걱정에 '암 걸린 자녀를 둔 부모' 모임에 나가 기쁨을 찾고 아들은 잔소리라 여기는 사랑의 전화를 연신 걸어댄다.

 

50%의 생존 확률 속에 아담은 점차 주변을 관조하게 된다. 친구, 사랑, 가족. 인연 혹은 어떤 운명적 끈에 의해 연결되고 맺어진 이 사람들은 하나씩 자신에게 멀어져가고 혼자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듯 하다. 그 무너져 내리는 가슴은 아담의 '운전'으로 나타난다. 운전면허가 없어 언제나 누군가의 차에 앉아 이동했던 아담이 수술 전 날, 아담은 거칠게 운전하며 울부짖는다.

 

아담과 - 정확히 말하자면, 카일 혹은 레이첼과 같은 - 비슷한 상황을 겪은 지인들을 본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두 명 모두 남자였고 아담처럼 병에 걸린 것은 내가 아는 이들의 애인들이었다. 한 명은 오랜 시간 교제해오며 여자친구 병을 진즉 알았고 따라서 극진히 간호했었다. 하지만 '결혼할 나이'라는 세간의 얘기들을 듣게 되면서 '병이 있으면 사귈 수 없다'는 용단을 내렸고 병이 있던 그의 애인은 그저 차일 수 밖에 없었다. 또 한 명은 연애 후 결혼을 약속했지만 여자친구에게 병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병이 어떤 루트에 의해 그녀의 몸에 안착했는지를 추론하다 그는 결국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단정지을 순 없는, 추정되는, 그가 납득할 수 없는 어떤 이유 때문이었다.

 

두 명의 애기를 들을 때마다 '못된X'이라고 말해었다. 그런데 아담을 보니,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니, 그 두 명도 그저 보통사람인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살 확률 50%, 죽을 확률 50%, 50/50 그 속에는 결국 '나만 아니면 된다'는 100%로 냉정한 사실이 숨어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담의 해피엔딩처럼 100%처럼 보이는 그 슬픈 진리도 <50/50>로 혹은 <70/30> 또는 <80/20>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 일, 그 앞날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니까.  

 

- 2011년 11월 28일 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