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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37일][10월8일] 조지오웰, 그를 들여다본다.

조지오웰, 그를 들여다본다.

 

 

소설 <동물농장>, <1984>로 유명한 조지오웰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있다. <나는 왜 쓰는가> 이다. 그의 에세이 29편을 엮은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경찰, 부랑자의 삶 등을 담고 있다. 그는 1,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당시의 현실과 사상을 의심했다. 특히 여러 작품에서 당대의 계급의식을 풍자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는데 어둠의 세계로 침잠하기 보단 작가의 경험을 자신의 독특한 유머와 비유로 표현한다.

 

유년기는 정말 정말 좋았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교장 부부의 횡포를 견뎌야했던 오웰은 기숙학교의 실상을 권력과 엮어 고발한다. 경찰로 활동했던 시절은 교수형’, ‘코끼리를 쏘다등을 통해 알 수 있다. ‘교수형은 경찰이었던 작가가 바라본 사형집행 과정이 섬세하게 나타나는데 인위적 죽음 앞에 무감각한 동료의 모습은 당시 제국주의의 무심함을 느끼게 한다. ‘코끼리를 쏘다에서는 식민지 환경에서 지배층 역시 피지배층의 감정적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처절함을 드러낸다. 책의 제목과 동일한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는 글쓰기 욕망을 네 가지로 제시한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다. 작가는 자신의 글에 대해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p.300)”라고 말한다. 아마도 네 번째 목적에 충실한 글쓰기를 주로 했으리라.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조지오웰의 네 가지 분류를 통해 자신의 쓰려는 욕망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책에서는 줄곧 작가의 묵직한 정치의식이 드러난다. 식민지 계몽을 담은 시와 마이크’, 스페인 내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스페인 내전을 돌이켜 본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입장을 담은 나는 왜 독립노동당에 가입했는가등이 특히 그렇다. 조지오웰은 어떻게 이러한 정치의식을 지니게 되었을까?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그는 말한다. ‘평화로운 시대 같았으면 화려하거나 묘사에 치중하는 책을 썼을지도 모르며,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서 지냈을 지도 모른다.(p.294)’ 격동의 시간 속에서 문학적 찬미를 이야기하는 건 그에게 사치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종종 낯선 개념을 만난다. 파시즘, 나치즘 등인데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역자 이한중에 의한 친절한 해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자는 에세이별로 시대적 배경, 저자의 생각, 번역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정치적 의식, 시대적 괴리감, 적지 않은 분량에 독자는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를 터. 게다가 그의 글들은 쏟아지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탐욕스럽게 취하려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다. 사사로이 지나칠 법한 경험과 주변 사물들의 의미를 찾아 삶과 연결시켜 사유하기 때문이다. 하여 에세이집이라 가볍게 손을 뻗쳤다가 그 난해함에 고개를 저을 수 있지만 반드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조지오웰이라는 저명한 작가의 생각과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