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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127시간 (127hours)> Danny Boyle보다 Aron Ralston



127시간 (2011)

127 Hours 
7.8
감독
대니 보일
출연
제임스 프랭코, 케이트 마라, 앰버 탐블린, 클레멘스 포시, 케이트 버튼
정보
드라마 | 미국, 영국 | 94 분 | 2011-02-17
글쓴이 평점  


'아론 랠스톤'이라는 모험가의 이야기다. 그는 눈 쌓인 산을 오르고 깎아지른 절벽을 탄다. 그의 행적과 여행 일대기를 보고 듣노라면 그 간 '여행 좋아해요'라고 말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영화 [127시간]은 아론이 암벽에 팔이 짓눌린 후의 모습들을 다룬다. 팔이 끼어 어떤 움직임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론은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소변을 받아 수분을 섭취한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자르고 협곡을 탈출한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팔을 자르면서'까지 살려고 하는 아론의 의지에 있다. '生'보다 '死'에 가까워진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자'라고 되뇌이는 아론의 모습은 말 그대로 정말 대단하다. 또, 극한의 상황에서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은 콧잔등을 시큰거리게 한다. 그러나 98% 부족했다.

 

난 '실화'라는 background의 힘을 영화가 더 절절하게 표현해 주길 바랬다. 그러나 영화 [127시간]은 책 [127시간]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책에는 아론이 그 협곡에 가기까지와 왜 그런 곳을 그토록 좋아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동료들과 함께 했던 등반, 회사에서 잠깐 쉴 때 등반 계획을 세우고, 일이 끝난 후 바로 산에 오르고. 또, 과거의 모험담 - 예를 들면, 곰 옆구리 살 스테이크 - 을 '팔이 낀' 상태와 교차해 나타낸 흐름은 후반부에 나타나는 '이 돌이,,, 아주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거야.'라는 아론의 대사에 더 힘을 실어준다.

 

또, '팔을 자르기까지'의 심리 변화도 책을 넘어설 수 없었다. 물론, 아론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고 팔을 자를 결심을 했다. 그 부분은 영화에서도 잘 나타났다. 그런데 그 결정을 하기 까지의 심경이 어땠을까. 아론이 직접 책에서 말한 3steps 감정 변화는 대니 보일 감독이 나타낸 감정선보다 더 섬세했다. 아론은 세 가지 방법을 강구해 뒀다가 첫 번째 실패, 두 번째 실패 후 생각한다. '결국, 팔을 잘라야 하나?'

 

인간의 '의지'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차를 들어올리게 하고 팔을 자르게 하고 타인을 죽이게도 한다. 영화 [127시간]은 긍정적인 의미의 '삶의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하고자 하면 못 할것도 없다'가 될 것이다. 그 메세지는 충분히 전달됐으나 movie가 book을 이기진 못했다. 하지만 아론은 끝까지 멋있었고 본받을만 하다. 마지막으로 아론이 책에서 인용한 <Into the world>의 한 구절을 적어본다. 개인적으로 영화와 책을 모두 통틀어 이 구절을 읽을 때 내 가슴은 가장 뜨거웠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불행한 환경 속에 살면서도 그 상황을 바꾸려 하지않는다. 안정과 순응, 보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 모두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에 내재해 있는 모험적인 정신에 가장 해로운 것은 안정된 미래다. 살아있는 인간의 영혼이 지니는 가장 근본적인 핵심은 모험을 향한 열정이다. 새로운 경험을 만나는 일에서 삶의 기쁨이 온다. 그러므로 삶의 경계선을 끊임없이 넓히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 매일 새롭고 다른 태양이 뜨기 때문이다.


- 2011년 3월 27일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