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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I Love You, 2011)>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1)

I Love You 
9.5
감독
추창민
출연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오달수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18 분 | 2011-02-17
글쓴이 평점  



내가 '심장이 쪼그라든다'며 침을 튀겨 홍보하던 영화가 한 달도 안되 극장에서 철수했는데,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왜 이렇게 롱런하나 싶었다. 도대체 이 영화 매력이 뭐길래라며 '요즘엔 어른들이 영화를 많이 보시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이 영화 롱런할만 했다. 두번, 세번 봐도 감동적이고 부모님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문화 선물이다.

 

'로맨스의 끝' 바로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몇일 전 트위터에서 '막 사랑에 빠졌을 때 무슨 말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다 개나리 유아원 어린이 입에서 나올 것 같은 유치뽕짝 대답을 했더랬다. '나랑 같이 책 읽을래?'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철부지 감정과 진중한 감정 사이에 있을 때, 이런 말도 제법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 '그대를 사랑합니다.'

 

송씨 할머니는 '송이뿐'이라는 이름을 갖게된다. 한 노부부의 뒷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늙고 싶었는데'라던 할머니의 바람은 아주 예쁘게 이루어진다. 늦게 만난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 만석이 할아버지를 웃게 만드셨다. 만석이 할아버지는 걸죽한 욕짓거리를 내뱉는 나쁜 남자다. 하지만 그는 송씨 할머니를 위해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리신다. 가죽 장갑을 끼고 행복해하는 할아버지는 '사랑이 만들어주는 행복한 삶'에 대해 뼈속까지 아로 새겨주신다.

 

군봉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 상영 시간 내내 심장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져라 뛰는 할아버지 모습은 '빨리 빨리 쫓아와라!'며 윽박지르는 옛날 남자들도 아니었고, '모든 걸 다줄께'라며 달콤한 말만 뱉어대는 오늘의 남자들도 아니었다. 그냥 '할머니를 지극히 사랑하고 아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네 분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모든 인간적인 것들을 품고 있다. 우정, 사랑, 행복, 죽음. 눈시울이 붉어져 군봉 할아버지의 비밀을 지켜주는 만석할아버지는 '친구'를 아끼는 진짜 우정을 보여준다. 아내가 아파할 때, 소리없이 흐느끼는 군봉 할아버지의 모습은 증명하고 확인하려드는 요즘의 '사랑'을 반성하게 한다. 글을 깨치고 말동무를 하며 서로 아끼는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행복'한 삶을 정의하게 만든다. 또, 울고 있는 가족들 앞에서 슬며시 미소짓는 만석 할아버지를 보며 기꺼이 받아들이는 괜찮은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내공있는 연기자들의 모습은 대사 하나 하나, 장면 하나 하나를 암기하게 만든다. 죽을 때, 행복한 미소를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건네보자. "그대를 사랑합니다." 리뷰 칸 별이 다섯 개라서 무척 아쉬운, 진심으로 별 스무 개는 주고 싶은 그런 영화다.


- 2011년 3월 27일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