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25일][9월23일] 사건, 합평, 사람, 사람,.. 사람

 

 

사건, 합평, 사람, 사람,.. 사람

 

 

나는 카페에서 일어난 그간의 일들이 온라인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고 본다. 데이터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쓴다는 보도기사만 봐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하는데, 육성이 아닌 온라인상의 댓글(혹은 글)을 보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여 글을 적은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오인될 수도 있고, 그래서 민감한(또는 불편한, 깊이 있게 논의하고 싶은) 사항 젠더의 문제 같은 - 이라고 생각되는 이슈는 가능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얘기했으면 한다. 그래야 말에 담겨있는 뉘앙스, 억양, 표정과 같은.. 맥락을 이해하게 하는 증거들을 통해, 서로 오해하거나 불편해하는 지점을 명확하게 설득하고 이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또 늘상 말하는 공부일 터.

 

합평... 문제가 된 이런 글은 일기로나 써야하지 않나라는 피드백, 나는 이 얘기를 들을 때 놀랐다. 누가, 누구의, 글을,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내 물음은 여기에 닿았다. 솔직한 합평이 글을 쓰고 고쳐나가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의견을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이 곧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해도 된다와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물론, 의견을 말할 때 의도와 상관없이, 듣는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그럴 때는 각자의 기분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서 상대방이 이해하고 그런 의도(혹은 뜻)가 아니었음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서로서로 만들면 어떨까? 물론, 말이 쉽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 없다는 걸 알고 공부하러 온 사람들의 경우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경청하고 와닿지 않더라도 존재는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신뢰와 애정을 기반으로 한 존중과 배려에 대해, 솔직하지만 정확한 표현과 생각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람은 누구나 말하는 입과 듣는 귀, 생각하는 머리, 느끼는 가슴이 있는 법이다. 말하는 입만 있고 귀는 혹시 닫고 있지는 않는지.

 

책을 읽고 생각하는 건 혼자해도 됐을 텐데, 굳이 수업에 가 모르는 사람과 안면 터 가면서 얘기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타인과 관계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걸 이해한 행위다. 결국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던 안들던, 밉거나 보기싫던지간에 존재는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돈 내고 왔으니까 나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필요한 것만 취하고,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지 상관없다든가 하는 생각과 얘기들은... 그런 얘기를 할 정도라면, 여럿이 함께 하는 곳이 올 필요가 없지 않을까?

 

(원고지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