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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28일][9월26일] 추석풍경

 

추석풍경

 

 

추석맞이 가족들이 모였다. 오빠와 새언니는 조카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고 이모는 시댁에 언제 갈지 이모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고 엄마는 음식 준비에 정신이 없다. 우리 둘만 온전히 먹고 즐기는 상태.

 

명절에 친정에서 가족들 얼굴을 보려면 꼭 8~9시간 넘게 귀성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런데 지난 주 시댁에 미리 다녀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명절 연휴 첫 날이다. 어제 퇴근 후, 친정에 가져갈 것들을 챙기고 오늘 아침 미장원에 다녀왔다. 추석맞이로 머리했냐는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 했지만 사실 곧 있을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 더 컸다. 신랑과 나는 나란히 사이좋게 파마를 했다.

 

엄마가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은 음식들을 먹었다. 톳으로 쪄낸 건강 밥, 다시마와 톱, 문어숙회, 가자미 회, 왕갈비에 토란국. 엄마는 정말 대단하시다. 미용실 가기 전 잠깐 들렀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2시간 만에 이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셨다. 우리 엄마 손맛과 준비성을 닮으면 내 주부 역할 점수도 꽤 높지 않을까 싶다. 나름 거나하게 차렸다 싶은 밥상을 대한 후 꼭 신랑에게 내가 묻는다. 이렇게 잘 차려주는 사람 있어? 신랑은 기다렸다는 듯 항상 대답한다. 장모님! 지혜로운 그의 대답과 엄마의 음식 솜씨 양쪽 모두 대단하다.

 

와구와구 먹어 배고픔을 잠재운 후 고스톱이 시작됐다. 1백짜리 몇 판 후 점 3백짜리로 이어졌다. 한 명이라도 !’를 외치면 사방에서 견제가 들어왔다. 결국 고박을 쓰는 사람이 속출했다. 최대 피해자는 또 우리 엄마! 쓰리고에 흔들기까지 했는데 고박으로 목돈 쟁취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걸 여러 분 겪으셨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는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아빠의 원조로 회복해 본전을 찾을 수 있었다.

 

각 집에서는 추석선물을 사왔다. 이모는 젓갈세트와 김, 오빠네는 현금과 과일, 우리는 핸드드립 커피세트였다. 결혼 후 다른 집에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다니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어떤 선물을 살까 싶으면 내가 돈을 얼마를 들이고 얼마짜리를 받는지 계산부터 하는 나지만 친정에 갈 때만은 그렇게 야박하지 않다. 신랑이 이런 데는 아끼는 거 아니라고 알려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번 추석에는 슈퍼문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의 행복과 즐거움이 오래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 슈퍼문님께 빌어야겠다. 우리 가족 건강, 행복(더불어 임신, 취업)을 비롯해서 좋은 일만 일어나길 기원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원고지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