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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200일 글쓰기

[126일][9월24일] 24365

24365

 

 

다이어리를 폈다. 오늘 할 일을 적으려는 찰나, 24일에 가득한 글씨를 봤다. 이건 뭐지? 아차, 23일의 일들을 24일 지면에 적었다. 이걸 어제는 왜 몰랐을까. 24일을 23일로 바꾸고, 23일을 24일로 고쳤다. 어제도 24, 오늘도 24, 24일을 두 번 사는 기분이다.

 

24365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시스템이 쉬지 않고 장애 없이 ‘24365’ 24시간, 365일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개발자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물론, 인간이 만드는 시스템은 쉬지는 않았지만 장애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24365라는 얘기는 내게 공염불 같았다.

 

개발에서 배운 것 중 내 삶에 차용하고 싶은 게 바로 24365. 무장애(를 표방하는) 시스템처럼 지치지 말고 활동적으로 혈기 왕성하게 살아보고자 했다. 실천 방식은 바쁘게사는 거였다. 바쁘다는 건 곧 쉬는 시간이 없다는 거였다. 퇴근 후 친구를 만나거나 학원을 다녔고 하다못해 카페에 가서 책이라도 읽어야 직성이 풀렸다. 쉬라고 해도 못 쉬는 사람이 태반이라던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 아니었을까.

 

휴가는 좋은 것이지만 24365 범주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쉴 수 없는 인간인가라는 물음에 닿았다. 신랑을 만나면서 24365가 변했다. 신랑은 일주일에 하루는 휴식을 취하겠노라 선언했다. 주말에 12일 야외라도 나가면 일요일에 일찍 귀가해 푹 쉬어야 했다. 그와 함께 쉬다보니 내게 여백이 생겼다. 회사일이나 집안일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하루가 주어졌다.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었고 글을 썼다.

 

이제 24365에 대한 개념이 조금 변했다. 끊임없이 돌아가야 하는 건 동일, 그러나 잘 돌아가자는 거다. 그저 몸과 머리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윤활유를 바르고 엔진을 손보기도 하면서 심신의 건강한사용을 도모하는 것, 새롭게 적용하는 24365법칙이다.

 

(원고지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