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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생텀(Sanctum, 2011)> 낭만시와 3D의 결합



생텀 (2011)

Sanctum 
6.8
감독
알리스터 그리어슨
출연
리차드 록스버그, 요안 그리피스, 라이스 웨이크필드, 엘리스 파킨슨, 댄 와일리
정보
어드벤처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108 분 | 2011-02-10
글쓴이 평점  



내가 언제부터 영화보는데 연출에 비중을 뒀다고 'James Cameron 총괄 지휘'라는 문구에 움찔하냐 싶었다. [AVATAR]도 나비족이 등장하는 新 세계가 있을 뿐 시놉상의 새로움은 없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아니었다. '레알 3D'는 바로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던가!

 

'거대 자연의 장엄함'을 전체 아우라로 둔 이 영화의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모습'이고 둘째는 '부자(父子)의 화해와 사랑'이다. 남태평양 거대 호수 '에사 알라'에 프랭크를 비롯한 탐험가들이 있다. 독불장군 프랭크의 질책과 귀 따가운 조언때문에 아들 조쉬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이상 폭풍으로 '에사 알라'의 입구가 무너져 버리면서 내용은 시작된다.

 

바위에 맞아 뼈가 으스러지고, 산소통이 없어 즉사하고, 로프를 잘라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극한 상황 - 인간 세상의 축소판처럼 - 이 오면 인간의 이성은 본성이 압도하기 마련이다. 그래 내가 주목한 인물은 "Jorge was here"로 죽음을 맞이하는 Jorge와 산소통을 들고 도주하는 Kal이다. 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희생하는 한 명과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한 명. 누가 옳은 걸까? '에사 알라' 안에서는 전자가 옳다고 확신하면서 투닥거리며 살아가는 지금 우리 모습은 후자를 닮지 않았던가? 이 시점에서 프랭크가 한 말을 가슴 속에 아로 새기자. '우린 그냥 지나가는 먼지야.' 자연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미약하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아버지와 아들. 그 오묘한 세계. 아버지는 동굴만 찾아다니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다. 산소마스크를 낚아채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의 눈엔 살인마에 가깝다. 그러나 해저동굴에 탄복할수록, 팀원들을 하나씩 잃을수록, 산소통의 갯수가 적아질수록,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의 존재를 깨닫고 관계를 회복해 간다.

 

"쿠블라이 칸은 도원경에 웅장한 아방궁을 지으라 명했다.

그 곳엔 인간이 알 수 없는 끝없는 동굴을 통해

성스런 알프강이 태양이 미치지 못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성소(聖所)로 번역되는 Sanctum의 의미를 이해시키고자 함이었는지 이 영화에는 위 시가 세번 등장한다. 낭만시인 새뮤얼이 반 의식의 상태에서 떠오르는 장면과 단어들을 감각적으로 나열했다는 <쿠빌라이 칸>,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몽롱한 반 의식이 주는 신비함이 묘하게 어울린다. 그리고 이 시가 아버지와 아들의 교감을 전달할 때는 소름이 돋는다. 3D 영화에 낭만시라니, 장르를 integration하는 감독의 능력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각본가 Andrew Wight의 실제 경험이라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Nularbor Plain을 탐험하던 중 이상 폭풍으로 동굴 입구가 무너지는 극한의 상황을 체험한 그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공간에서의 조난이 인생을 크게 변화 시켰다고 한다.

 

실화이기 때문일까? 3D이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해저 동굴에 있는 듯, 내 동료가 죽어가는 듯, 110분 동안 심장이 (이완없이) 수축만 하는 기분이었다. James Cameron은 이름값을 했고, 전 scene을 직접했다는 배우들은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엄청난 자연의 모습과 인간의 본성과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참 괜찮은 영화다. 내 한몸 바쳐 당당하게 말하리라. 별 7개! 후회따윈 없는! 엄청난 영화! 라고. 


- 2011년 2월 11일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