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세상/영화

한국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Bedevilled, 2010)> 불친절한 세상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2010)

Bedevilled 
8.7
감독
장철수
출연
서영희, 황금희, 백수련, 박정학, 배성우
정보
스릴러 | 한국 | 115 분 | 2010-09-02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 감독, 칸 영화제 초청, 여우주연상, 작품상을 읊으며 이 영화를 안봤다면 영화를 논하지 말라는 지인의 말에 부랴부랴 챙겨봤다. 음,,, 그런데,,,  난해하다. 상도 타고 인정도 받았다니까 뭔가 있어보이게 리뷰를 적어야 할 것 같은데 포스터 대사 마냥 내겐 '너무 불친절한' 영화였다.

 

현대인의 개인주의 이런거 말고, 느낌데~로, 영화 초반 등장하는 라디오 방송 소재 '生食'처럼 적어야 겠다. 섬처녀 복남이와 차도녀 해원이는 어릴 적 친구다. 여성 구타 사건을 목격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해원이는 휴가를 내 복남이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해원이는 복남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목격한다.  

 

아이 공부 안시키기, 돌아가면서 복남이 폭행하기, 아내 앞에서 다른 여자랑 놀아나기, 매일 남편에게 맞기, 아프고 다치면 된장 발라주기 따위의 일들. 무도의 법은 딱 두가지다. 첫째, '여자'의 책임과 의무는 일하기와 남자들의 종족 보존 욕구 해소시켜주기. 둘째, 모든 병의 만병통치약은 '된장'.

 

아이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던 복남이 남편에게 붙잡히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남자 중한 것 알면서 어머니에게 가장 중한 것이 아이라는 것을 왜 섬 사람들은 몰랐을꼬! 아이의 죽음으로 '친절한 복남씨'는 '불친절한 복남씨'로 변신하고 결국 모든 등장인물들은 복남이의 날렵한 낫질에 황천으로 즉행하신다.

 

복남은 할매들과 남자들을 다 죽이고 결국 도망간 해원에게 까지 망치질을 해댄다. 섬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혔으니까 그렇다치고 그럼 해원에겐 왜 그럴까? 바로 여기가 핵심(인듯)! 해원은 서울에서도, 무도에서도 모르쇠였다. 결국 된장 바르고 누운 남편의 모습과 서울에서 폭행범들을 고발하는 해원의 모습으로 복남의 복수극은 끝난다.

 

'한 여자의 처절한 복수'라는 측면에서 <악마를 보았다>와 <아저씨>의 계보를 잇지만 이 영화에는 색다른 교훈이 있다. 해골 반지 낀 XX들한테 협박을 받을지라도, 할매들의 남존여비 사상에 개취급을 당하더라도, 말할 것은 말하고 표현할 것은 표현해야 '사람답다' 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침묵은 毒"이라는 것이다.

 

피가 낭자한만큼 잔인하지만 다른 영화들에 비해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나 변태인건가?; 보는 내내 묘한 기분에 휩싸였던, 여성인권을 외쳐야 할 것 같은, 이런 영화가 다시는 안 나왔으면 하는, 그러나 또 쉬운 영화는 아니라 평점주기도 애매한 영화였다. 아! "침묵은 毒이다" 말고 한 가지 교훈이 더 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 2011년 2월 5일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