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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흑조를 탐한 백조' 내 안의 또 다른 나



블랙스완 (2011)

Black Swan 
8.3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나탈리 포트만, 밀라 쿠니스, 뱅상 카셀, 바바라 허쉬, 위노나 라이더
정보
스릴러 | 미국 | 108 분 | 2011-02-24
글쓴이 평점  



백조의 순수함을 지닌 니나에게 단장이 말한다. '욕정' '갈등' '악함'을 아느냐고. 백조로서의 니나 주변에는 'my sweet'이라 부르는 엄마와 자연스럽게 거친 연기를 소화해내는 극단 동기 릴리, 전직 솔로이스트 베스, 그리고 흑조의 마인드를 일깨우는 단장이 있다.

 

[블랙 스완]은 니나를 통해 '사람'과 '환경'의 관계 밀도있게 보여준다. '환경'이란, 주변의 인물, 상황 대한 '해석'을 말한다. 욕정을 이해하기 위한 니나의 노력은 점차 그녀 스스로를 압도해 버리고 결국 현실과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선'을 잃고 '악'이 된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한 인간의 몸에 헨리 지킬과 에드워드 하이드, 두 인간이 공존한다. 연극의 'transformation' 부분에서는 정확히 양분된 두 자아가 서로를 제압하기 위해 싸우고, 지킬은 하이드에게 자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블랙 스완]에서의 니나는 흑조의 니나를 알아가면서 기꺼이 백조의 니나를 놓아버린다. 흰 물감에 검정 색이조금씩 더해지다 결국엔 검은 빛만 띄는 색체의 변화쯤이라고나 할까? 

 

간절히 '흑조'를 연기하고 싶었던 '무용수 니나'의 입장에서 본 다면 이 영화는 지극히 해피엔딩이다. 주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단장에게 거친 키스를 날리며 모든 관객에게 박수를 받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녀는 조용히 말한다. "I was perfect." 하지만 '인간 니나'에게 이 영화의 결말은 파국이다. 온 몸은 상처로 얼룩지고 종국엔 '홀로' 남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말을 간혹 듣곤 한다. 이 말은 운명에 순응함으로써 '수동적'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동시에 '현재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여유를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니나는 흑조가 될 만한,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니나'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남녀의 권력 구도, 여자의 질투, 성을 매개로 한 성공 등 사회적 기준에서 따질 부분이 참 많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보면서 한 사람이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와 그 결과 대해 주목했다. 지금의 나의 상황, 나의 생각, 이 모든 것은 결국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아닌 '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혹시 지금 너무 힘들고 지치다고 느끼지 않는가? 모든 것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스스로 혹독한 담금질만 하고 있진 않은지, 흰 빛을 검은 빛이 압도하도록 방관하고 있진 않는지 생각해 보자. 마지막으로 붉은 입술과 검은 눈매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에 별을 백만개 선사한다. 


- 2011년 2월 25일 2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