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끝없는 공부/100일 글쓰기

[96일][8월21일] 고향같은 독서카페

 

고향같은 독서카페

 

 

고향같은 곳이 있다. D포털에서 운영하는 한 독서 카페다. 그곳을 통해 처음으로 나는 책읽는 즐거움, 책읽고 여러 사람과 나누는 기쁨, 글쓰기의 충만함을 알았다. 5년 전의 일이다.

 

퇴사를 결심한 그때, 일면식도 없는 카페 주인장에게 연락을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꽤 깊은 사이처럼 나의 퇴사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그 분에게 털어놨다. 그 때부터 그 분과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첫 만남에서의 약속대로 그 분은 내게 한 출판사를 소개해줬다. 그 덕에 출판사 문턱을 넘어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후, 나는 자주 그 분을 만났는데, 주 명목은 좋은 강의 참여였다.

 

어느 날, 그 분이 말하는 좋은 강의를 함께 가기로 했다. 토요일 점심을 함께 하고 강의를 들으러갔다. 예상밖으로 입장료가 있었고 구매해야 하는 책이 있었다. 강의는 장장 9시간 짜리였다. 알고보니 그 강의는 증산도강의였다.

 

이후 몇 번의 만남이 더 있었다. 한번은 신사역에서 출판사를 소개해준다는 얘기에 그 자리를 찾았다. 그 날 역시 방문한 곳은 증산도의 한 분점이었다. 많은 교인들이 모여 해당 종교를 공부하고 기도하는 곳이었다. 방문 첫 날, ‘몇 번의 강의를 수강하면 입과할 수 있음’, ‘교인이 된 후 어떤 것을 해야함’, ‘돈이 들 수도 있음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나는 그 주인장과의 인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두 달 정도 지났을까. ‘더 이상 증산도와 관련된 연락은 받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의사를 전달했다. 사실 그 분은 누누이 강조했다. ‘이런 행위는 정말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하지 않습니다’, ‘받아들일 그릇이 되는 분들에게만 하는 일입니다등등.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분명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슬펐다. 퇴사에 대한, 책에 대한 내 감정을 온전히 털어놨던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결국 고향같던 그 독서 카페에도 발길을 끊게되었다.

 

그 후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카페 활동은 하지 않았다. 2년 정도 된 것 같다. 오랜만에 그 카페를 다시 방문했다. 다른 독서모임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수준의 책들을 소개하고, 전파시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서평이벤트에 올라온 책들에는 종교 관련 책이 많았다. 독서토론 모임도 예전만큼 활성화 되고 있지 않는 듯 했다.

 

내게 책과 글을 알려준 고향같은 곳이다. 그 주인장은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아직도 열정 독서전파에 힘쓰고 계실까. 오랜만에 방문한 카페에 마음이 요란하다.

 

(원고지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