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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비교 <손님> vs <도그빌>, 불편한 인간의 본성을 목도하다.

 


손님 (2015)

The Piper 
6.4
감독
김광태
출연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 구승현
정보
판타지, 공포 | 한국 | 107 분 | 2015-07-09

 


도그빌 (2003)

Dogville 
8.5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니콜 키드먼, 해리엇 안데르손, 로렌 바콜, 장-마크 바, 폴 베타니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 177 분 | 2003-08-01

 

 

 

한 산골마을에 절름발이 남자가 찾아온다. 폐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이 남자는 피리를 부는 재주가 있다. 마을에서 하루 밤 묶기를 간청하던 그는 촌장을 통해 마을에 큰 걱정거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로키산맥에 도그빌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톰이라는 남자는 철학적, 윤리적 논쟁을 즐긴다.마을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을 경우, 톰의 진행으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모여 마을 회의를 개최한다. 어느 날, 도그빌에 그레이스가 찾아온다.

 

류승룡 주연의 한국영화 <손님>은 니콜키드먼 주연의 영화 <도그빌>은 많이 닮았다. 한 마음을 배경으로 하고, 외부인에 의한 사건 촉발, 결말이 파국이라는 점이 그렇다. <손님>에는 피리부는 사내가 외부인으로 등장한다. 하루밤 숙식을 간청하며 마을의 골칫거리인 를 해결해주려 한다. 반면, <도그빌>에는 마피아의 딸이 찾아온다. 빼어난 미모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그녀는 마을 주민들의 일을 도우며 마음을 나누지만 결국 의심을 사게 되고 주민들은 그레이스를 학대하기에 이른다.

 

두 영화 모두 권선징악을 담고 있다. 각 영화에서 알 수 있는 선악의 기준은 거짓말비밀이다. 영화에서 두 기준은 모두 유의미하다. 반면, 거짓말에는 선의의 거짓말이 존재하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비밀이 더 유용할 때도 있는 법. 따라서 영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두 개념의 일반적 가치에 집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손님>거짓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마을의 근심거리인 는 분명 피리부는 사나이의 재주로 해결된다. 반면, 마을 사람들은 사나이의 노력을 폄하하고, 그를 빨갱이로 모는 한편, 피리를 불 수 없도록 손가락을 자르기에 이른다. 감독은 여기에 폐병앓는 아들을 안전장치로 두는 데, 사나이의 분노가 아들의 죽음으로 극한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사나이는 결국 파기된 약속을 확인하며, 마을의 근심을 되돌려주게 된다. 그 결말의 잔학성은 류승룡의 분노만큼 끔찍하다.

 

반면, <도그빌>비밀에는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레이스의 비밀과 주민들의 비밀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톰과 그레이스는 무의미해보이는 철학적 논쟁을 반복한다. 톰을 관념적인 지식인의 모습으로 그리기도 하지만 이는 겉과 속이 다른 마을 주민들을 베일에 감추는 역할도 한다. 그레이스의 비밀은 영화 마지막에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아마 감독의 의도는 후자의 비밀일 터.

 

두 영화 모두 잔혹하다. 감추고 있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본성의 밑바닥을 날 것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에서 그 정도는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외부인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경계의 눈빛은 영화보는 내내 이를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도그빌>은 서서히 보여준다. 마치 뜨거운 물에서 서서히 익어버리는 개구리와 같다.

 

사람들은 대개 극한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 본성을 드러낸다. 이유를 불문하고 그 본성은, 특히나 잔학한 본성은, 타인에 대한 피해를 수반한다. 이는 결국 타인에 대한 개념 그리고 성악설, 성선설, 성무선악설로 구분되는 인간본성에 대한 논란으로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이성민과 류승용의 연기가 백미인 영화 <손님>을 봤다. 소재는 피리부는 사나이. 미술작품에서 볼 수 있는 사나이의 그것과는 다른 암울한 분위기다. 그 와중에 불편한 인간의 본성을 목도하게 된다. 그 흐름은 영화 <도그빌>을 닮았다. 두 영화 모두 불편하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지만 꼭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