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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집으로 가는 길> 간단 리뷰



집으로 가는 길 (2013)

Way Back Home 
8.7
감독
방은진
출연
전도연, 고수, 강지우, 최민철, 이동휘
정보
드라마 | 한국 | 130 분 | 2013-12-11
글쓴이 평점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봤다. 악역은 둘이다. 범죄로 끌어들인 서문도와 주한대사관이다. 그 중 가장 악질은 주한대사관. 약자를 홀대하고 권력에 아첨하는,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세상, 대한민국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한 주부가 마약을 운반하다 범죄자로 타국에서 겪는 고통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고난은 다름아닌 무지와 돈 때문이었다.

송정연(전도연)의 모습에서 나는 12년도의 나를 봤다. IT업계에 있으면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뉴스에서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보도되면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했다. 결국 보기좋게 당했다. 누구 말데로 '지 잘난 맛에 콧대높게 살다가 당한' 형국이었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여러 가지를 알았다. 사회를 모르는 '나'를 알았고, 피해자를 가해자처럼 대우하는 은행, 카드사, 경찰, 검찰, 특히 '대한민국'을 알았다. 서류를 떼러 나는 발품을 팔아야했고 모든 기관에 갈 때마다 모멸감을 느껴야했다. 우리은행 직원은 내게 "IT하시면서 그런 일을 당하세요?"라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국가나 법이 결코 일반 국민 편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대포통장주를 찾았더니, 그들을 직접 잡아오라 했고, 그들의 재산 중 일부인 자동차라도 받고 싶으면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차를 직접 잡아서, 경찰서로 끌고가야 했다. 법률구조공단은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송정연도 그렇다. 주한대사관의 안일함으로 인해 그녀는 2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무의미하게, 벌레처럼. 땅바닥에 있는 빵조가리를 주워먹고, 교도소에서 강간을 당해야 했고, 속옷도 마음대로 입을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한국대사관쪽으로 통역을 요청해도 한국은 묵묵부답. 국가는 이 모든 것을 묵인했다.

고수와 전도연의 연기는 더할나위없이 아름다웠다. '칸의 여왕'이라 일컬어지는 전도연을 두고 한 영화 감독은 '낮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배우'라고 했다. 그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전도연이 연기한 송정연이 있었기에 국민으로서 느끼는 분노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과제를 넘겨 받았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