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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인터스텔라(Interstellar , 2014)> 인간적 감성코드의 우주영화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7.9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천재적 감독의 연출, 4년간의 상대성 이론 공부,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제작, CG를 최소화 시켜 촬영, 광활한 우주 그리고 그 안의 인간. 영화 <인터스텔라>를 수식하는 말은 다채롭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 영화의 감성에 주목하고 싶다.

 

감성적 코드의 첫번째는 부성애다. 쿠퍼가 우주로 가는 것, 1시간이 7년이라는 상대적 시간차를 감내하며 뛰어드는 것 모두 아이들을 위해서다. 하지만 우주와 지구라는 물리적 간극사이에서 쿠퍼와 딸 머피의 오해는 깊어진다. 상대적 시간 속에서 딸은 아빠만큼 나이를 먹었고, 아빠는 그 시간을 역행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중 아빠는 모르스 부호로 초침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똑딱똑딱. 2차원의 딸은 다차원의 그 신호를 읽어낸다. 유레카! 다른 차원과 존재 속에서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것. 부성과 이를 통한 사랑. 이것이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목할만한 감성 코드다.

 

이기심도 등장한다. 오랜 시간 홀로 남겨졌던 만 박사는 쿠퍼의 탈출을 방해하고 심지어 살해하고자 한다. 그저 외로웠기 때문일까? 생명이 살 수 없다는 끔찍한 사실을 전달하기 싫어서였을까? 만 박사는 생명 유지가 가능한 새로운 장소의 발견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우주탐험가들은 선구자, 그들이 발견한 땅은 개척지, 지구의 남은 사람들은 희생양'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마음은 수면방에서 깨어나 흘리는 만박사의 눈물로 자칫 '외로움'이라는 감성에 닿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로봇을 파괴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건 웜홀로 날아오기 전 그에게 할당되어 있던 '우주탐험가 만 박사'라는 타이틀이었다고 본다.

 

어렵게 자리를 예매했던 만큼 빠져들어 영화를 봤다. 벌써 한 달 전의 일이다. 놀란 감독에 대한 놀람도 이제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영화 <인터스텔라>에 대한 잔상에는 쿠퍼의 표정과 머피의 슬픈 영상 메시지가 남아있다. 그래서 난 오늘 책장에 꽂혀있던 <코스모스>를 꺼내든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아주 작은 부분을 우주라는 거대한 배경을 바탕으로 표현한 이 영화는 그래서 매력적이다. 아직도 우주과학을 공부하고 싶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