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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 (Sin City: A dame to kill for, 2014)> 인물의 잔인함과 매력적 영상미가 공존하는 영화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 (2014)

Sin City: A Dame to Kill For 
6.4
감독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조셉 고든-레빗, 제시카 알바, 에바 그린,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정보
액션, 범죄, 스릴러 | 미국 | 102 분 | 2014-09-11

 

 

 

미키루크의 변신을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전작을 통해 에로배우로 낙인찍혔던 미키루크. 꽃미남도, 섹시스타도 아닌 남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미키루크는 '마브'라는 무법자로 등장한다. 살인을 즐기는 씬시티의 무법자.

 

영화는 씬시티를 배경으로 흑백의 영상을 이용해 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그린다. 그 욕망은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동시에 보호와 안전을 갈망하는 이율배반적이다. 시장인 로어크는 매일 밤 도박을 한다. 매 게임에서 이겨 가장 많은 돈을 모으는 자이자 동시에 사회적 권력을 게임판에서도 휘드르는 자, 로어크다. 어느 날 조니가 로어크 앞에 나타난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패를 돌리고 항상 이기는 게임만 한다는 그의 말처럼 모든 게임에서 승리를 거둔다. 로어크는 돈을 잃고 조니에게 복수를 한다.

 

영화는 두개의 갈등구조를 더 갖고 있다. 드와이트-아바, 낸시-로어크가 그 주인공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겜블로 이루어낸 갈등이 로어크와 조니를 서로 적으로 만든다면, 사랑과 부 사이에 놓인 남녀의 갈등이 드와이트와 아바를, 연인에 대한 슬픔과 아들에 대한 사랑이 빚어낸 사건이 낸시와 로어크를 서로의 대척점에 놓는다.

 

드와이트는 내면의 악마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그런 드와이트의 본성을 드러내는 자, 아바다. 드와이트의 옛 연인이자 돈의 추종자. 아바는 현 남편의 재산을 올곳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랑을 따르는 드와이트를 흔들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결말은 죽음.

 

인간적 갈등 외에 물리적 대척점도 등장한다. 씬시티와 올드타운이다. 경찰은 올드타운에 진입할 수 없지만 이곳의 수호자는 따로 존재한다. 여성들이다. 올드타운은 혹독한 현실의 피난처이면서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하다. 드와이트가 아바의 저택에서 부상을 입은 후, 생명이 위협을 받을 정도로 피를 흘리면서도 올드타운으로 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애니매이션인가? 싶었다. 그런데 흑백영화였다. 무성 영화 시대의 고전적 흑백과는 다른, 포인트 색만 살려둔 인위적인 흑백. 아바의 눈은 파충류를 닮은 초록색으로, 조니가 로어크에게 무자비하게 당할 때는 피가 선명한 붉은색 으로 나타난다. 한 테이크에서 본연의 색을 띄는 건 특징적인 단 하나뿐이다.

 

영화는 잔혹하다. 싸움, 죽음, 란제리를 입은 여성들의 춤, 각 갈등사이에 발생하는 뜨거운 피가 장면마다 이어진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하고 그것을 아우르고 있는 것은 오로지 돈과 권력이다. 동정, 배려와 같은 휴머니즘 코드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의 가장 악한본성만 그려진다. 그래서 부제가 다크히어로의 부활 아닐까.

 

미키루크의 변신이 궁금해서 찾아본 영화였다. 미키루크는 마브를 섬뜩한 표정과 말투로 기대이상으로 연기했다 지나치리만치 잔인한 장면이 이어져 불편함이 있지만 이를 통해 감독이 상남자들’의 치열한 복수를 그리려했다면 그 목표는 성공한 듯 하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백미는 그래픽 마블이라는 영상기법이다.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딴 영상은 영화의 신세계를 경험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어쩌면 잔인함이 극에 달하기에 그래픽 마블을 이용한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원한 액션은 백점, 그러나 정서적 측면에는 빵점. 극단적인 영화 <씬시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