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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헬프(The Help, 2011)>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

 


헬프 (2011)

The Help 
9.3
감독
테이트 테일러
출연
엠마 스톤, 바이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제시카 차스테인
정보
드라마 | 미국 | 146 분 | 2011-11-03
글쓴이 평점  

 

 

 

 

"사실을 말한 후 나는 자유로워졌다."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백인의 아이들을 돌보고, 백인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백인의 집을 청소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백인의 말에 대꾸할 수 없으며, 백인과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을 수도 없다. 백인과 같은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리고 백인의 무력 속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아야 한다. 이것은 미시시피 주의 잭슨가,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다.

 

힐리라는 백인 여성이 있다. 고리타분한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딱딱하고 고지식한 백인이다. 미시시피 주 연맹에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녀는 백인 여성들을 독려해 자선 바자회를 열고,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모금 운동을 열기도 한다. 온갖 바자회를 개최하는 그녀의 속내에는 아주 다른 이면이 있다. 바로 흑인들에 대한 멸시다.

 

에이블린이라는 흑인 여성이 있다. 백인의 집을 청소하고, 백인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는 미시시피 주의 전형적인 흑인 가정부다. 백인에게 자신의 아이가 죽었지만, 보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에이블린은 항상 백인의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nposrtant."

 

스키터라는 백인 여성이 있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인 인생 최대의 성공이라고 여기는 친구들 - 힐리와 같은 - 사이에서, 기자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힐리 같은 사람들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을 키우다시피한 흑인 보모 - 콘스탄틴 - 에 대한 애틋함을 가지고 있다. 잡지의 살림 칼럼을 대필하게 되면서 에이블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미니라는 흑인 여성이 있다. 힐리의 가정부로 있었으나, 폭풍우가 심하던 날, 힐리의 변기를 썼다는 이유로 그 집의 일을 그만두게 된다. 힐리에게 당한 수모를 갚아주기 위해, 자신의 똥으로 만든 파이를 힐리에게 먹이게 된다. 또한 스키터, 에이블린과 함께 '헬프들'의 작은 움직임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영화 <헬프>는 두 가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화다. 흑인과 백인, 도전과 쟁취. 콧대높은 백인 여성들의 야비한 태도와 에이블린, 미나를 비롯한 흑인 가정부들이 만들어낸 <헬프>와 미시시피 주의 작은 움직임이 '흑인과 백인' 테마다.

반면, 백인들과 함께하는 것 조차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곳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실'을 말할 용기를 갖게 되는 흑인 가정부들의 용기다.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스키너의 제안에 에이블린도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점점 용기를 내게 된다. 그리고 미나, 더 나아가 12명이 넘는 흑인 가정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실을, 말하게 된다. 그리고 <헬프>를 얻게 된다.

사람들은 타인의 입장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많은 은덕과 연륜을 갖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부 이해하긴 힘들다. 오죽하면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을까. ​<헬프>를 보고 있노라면 흑인 가정부들의 용기에 응원을 보내면서도, '그들이 진짜 어떤 기분일까',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것도 그들에게는 가식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직도 인종 차별은 존재한다. 프랑스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듣는, 아시아인으로써 사소한 '문제들'은 내 상상을 초월한다.

공통점을 보자. 일이 있든, 없든, 돈을 벌든, 못벌든, 여자든, 남자든, 피부색이 어떻든. 사람들 간의 공통점을 보자.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것. 그래서 영화 <헬프>의 교훈은 알려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백인 주인과 흑인 가정부로 만났지만 "사람으로써"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아끼는 푸트와 미니처럼, 우리 모두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 2014년 6월 1일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