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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012)> 카레리나가 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거리들

 


안나 카레니나 (2013)

Anna Karenina 
8.2
감독
조 라이트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 로, 애론 테일러-존슨, 켈리 맥도널드, 매튜 맥퍼딘
정보
드라마 | 영국 | 130 분 | 2013-03-21
글쓴이 평점  

 

 

원작을 반 정도 읽고나서야 영화를 볼 용기를 얻었다. 톨스토이의 대작. <안나 카레리나>는 여느 작품처럼 원작과의 간극은 존재하나, 뮤지컬적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장편의 한계를 잘 극복했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다. 

 

사교계의 꽃인 카레리나 부인. 오빠의 부정을 잠재우려 찾아간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백작을 만나게 된다. 첫 눈에 반한 두 사람은 서로를 갈구하게 된다. 결론은 '유부녀 카레리나와 드미트리 백작간의 사랑, 그 사랑의 비극' 정도.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나는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인생의 반려자를 만날때 보게 된다는 '후광' 역시 경험해보지 못했으므로 믿지 않는다. 언제나 오랜 시간 두고 사람을 좋아해왔고, 편협한 정보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데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안나는 아니었다. 그녀는 '본능'에 충실한 사랑을 선택한다.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이끄는 방향으로 자신을 내맡긴다. 

 

보통 '결혼'과 '사랑'을 동일시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는 것이다. 카레리나 부인은 명분과 품위를 존중하는 남편과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꾸리고 있었다. 우리네 관점에서는 이미 사랑을 쟁취한 여자였다. 하지만, 결혼 후 운명같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을 향한 몸과 마음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둘. 일반의 상식에서 벗어나지만 - 반려자가 아닌 사람과의 사랑이라는 면에서 - 내가 사랑이라 여긴다면 어떤 선택도 합리화 할 수 있는 가치일까? 또, 카레리나처럼 상대방 마음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도 '사랑'일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게 사랑이란 '상대방을 지켜줄 수 있을 때' 의미있는 감정 이라고 생각한다. 즉, 물질적, 정신적인 어려움 더 나아가 원치않는 어떤 자극 - 세간의 시선과 같은 - 으로 부터 상대방을 보호하고 기꺼이 방패가 될 수 있을 때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내게 카레리나 부인의 사랑은 물음표가 아닐까. 그녀는 자신의 감정 에 휩쌓여 상대방의 생활과 기분을 존중하지 못했고, 사랑하는 이와 전 남편을 모두 파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를 지켜줄 수 없어 그녀의 '사랑'은 조금 아쉽다. 반면, 그녀의 '삶'은 본인의 마음을 순수히 따랐기에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영화 <안나 카레리나>는 사랑 관점에서 '안나 카레리나의 비극적인 사랑', 인생 관점에서, '옹골찬 그녀의 삶'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안나 카레리나의 사랑과 인생을 모두 닮은, 뜨겁게 사랑하고 행복한 생활로 까지 이어지는 삶은 과연 가능한 걸까? 우리의 사랑은 어느 정도인걸까? 

 

 

- 2014년 6월 7일 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