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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영화

영화 <블랙(Black, 2009)>



블랙 (2009)

Black 
9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출연
아미타브 밧찬, 라니 무커르지, 아예샤 카푸르, 쉐나즈 파텔, 드리티먼 샤터지
정보
드라마 | 인도 | 124 분 | 200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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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의 화려한 휴가계획 중 순위로 뽑혔던 <블랙>보기. 드디어 이뤄냈다. 예고편으로 봤던 블랙은 한 동안 감정이란걸 잊고 지내던 내게, 훅~ 하고 꽂.히.는. 영화였다. 몇일 전, 버림받은 아기가 개가 10년을 함께 살았고, 인간화 시키기 위한 작업이 10년동안 이뤄졌지만, 아직도 개와 같은 상태로 남아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어릴 적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정상인의 단계를 밝음이라고 하고, 개와 생활했던 그 아이의 어둠과  <블랙>의 미셸의 어둠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빛의 단계로 끌어내려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미셸은 눈도 멀고, 귀도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 입도 닫았고, 행동거지는 짐승과 같다. 손으로 밥을 먹고,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만 있으며, 몸에는 방울을 달고 다닌다. 미셸이 '티처(teacher)'를 만나면서 사람에서,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간다. 선생님의 손가락과 입모양을 통해서 단어를 알고, 지식을 배워나간다. 블랙의 세상을 밝음으로 이끌어준 선생님이 미셸의 어린시절처럼 다시 블랙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지만, 둘의 꿈 - 대학졸업 - 이 실현되듯, 한 마음으로 하얀 세상 속에 서 있는다.

 

이 영화의 주제를 굳이 '블랙의 세상을 열고 나온 소녀의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서두에서도 말했다시피, 난 이 영화를 '환경' - environment가 아닌 factor의 - 이라는 테마로 분류하고 싶다. '사람다움'이란 것을 내재화 시킬 수 있는 힘은 결국, 가족이라는 환경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셸이 사람다워질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이라는 구세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도 다양한 환경들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이다. 범위를 약간 좁히자면, 나라는 개개인이 살아가는 것도 많은 환경이 빚어낸 산물인 것이다. 또, 내가 느끼는 감정들도 결국엔 내가 타인들에게 가하고, 타인들이 나에게 보내주는 반작용의 결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함부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나의 행동이 추후의 환경을 만들고 그 환경이 결국 미래의 나를 만드는 거니까.

 

- 2009년 9월 7일 00:48